책을 읽다 마주친 할머니란 글자에 그리움이 서려 그 자리에서 책을 내려놓고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보다 오래가는 수화음에 멋쩍어져 그대로 끊을까 말까 고민하던 순간, 할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우리 애기냐.
여전히 우리 애기냐고 묻는 할머니였다.
우리 애기 마음 고통이 얼매나 심했냐. 마음 고통 많았지.
할머니는 모를 줄 알았는데 이모들에게 우리 소식을 다 전해 들어 알고 계셨나 보다. 괜찮아요,라고 바로 대답하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 했다. 차라리 남들처럼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위로했다면 네, 힘들었어요라고 쉽게 넘길 수 있었을 텐데 마음 고통이란 투박하고 투명한 그 단어가 너무 다정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괜찮다는 내 대답에도 할머니는 연신 내 마음 안부를 물었다. 계속된 그 물음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할머니도 알고 있다고. 가끔 엄마가 되는 과정이 너무 지치고 외롭다는 걸, 마음에도 고통이 있다는 걸, 실은 그 고통이 더 크다는 걸.
내 마음에 안부를 물어봐 준 것만으로 위로를 받은 셈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