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 말라고, 지금을 즐겨.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by 박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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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를 낳은 후 사진을 찍고, 카카오스토리에 일상을 올리는 일을 반복했다.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이 어떻게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겠냐 생각했지만, 기록을 할 때 순간의 행복이 더 지속되어 좋았다. 나와 달리 아이 아빠는 이 소중한 순간을 카메라로 통해 보지 말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은근 산만한 나는 그게 참 안 됐다. 나는 지금 사진을 찍고, 다시 보는 게 좋았다.


어떻게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겠냐 생각했던 일들은 너무 빠르게 지워졌다. 이걸 헷갈려한다고? 내게 놀랄 만큼 기억은 흐려지고, 사진과 영상을 통해 상기하는 일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온전히 그 순간을 살았던 이의 기억과 기록을 남긴 이의 기억이 일부 다를 때가 있었으니, 그럴 때 SNS를 찾아보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때로는 그의 말이, 때로는 나의 말이 맞기도 하니 기록이 있어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목소리 큰 자, 무조건 우기기를 잘하는 자의 승리로 끝났을 텐데 말이다.


시답지 않은 일들도 SNS에 기록으로 남기는 건 그런 이유다. 누군가는 SNS를 통해 마케팅을 하고, 돈을 번다지만 내게 돈 버는 일이란 너무 멀고도 힘든 일이다. 팔로우 수를 늘리고 홍보를 하는 이들 속에서 재미도 없는 일상을 올리는 계정이 과연 존재의 의미가 있겠냐만은, 나에게는 소중한 순간을 남기는 소중한 공간이다. 비공개로 혼자 보는 것도 좋겠지만, 타인의 의식하지 않으면 뭔가 더 정리정돈이 되지 않는 모습만 남기게 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금은 더 정돈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참 좋다.


삶에 지치고 힘이 빠지고 살맛이 안 날 때 옛 기록을 통해 나를 다시 본다. 사소한 기록 덕분에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싶었는지,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때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버텼는지, 그때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의 말이 힘이 되었는지, 어떤 분이 내게 도움을 주셨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오늘 있었던 일 중 추억이 될 만한 일도, 기록이 없으면 사라지고,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 일상의 여느 날과 다름없게 된다. 하지만 꾸미기를 더하면 그날은 나의 특별한 날이 된다. 기록으로 남기면 기억할 수 있고, 기억은 추억이 되어 훗날 나를 웃게 해 줄 것이다.


온전히 몸으로 그 순간을 느끼라고 했던 아이 아빠도 그때는 자신의 방식이 더 옳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크고 십 년 이상 시간이 지나니, 내 방식도 네 방식도 옳고 그른 것이 아닌 다름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들으니 이 인간이 이제야 철이 드나 싶어 대견하다. 계속 기록을 남기고 싶지만, 눈도 침침해서 잘 안 보이고, 금방 기억했던 단어도 잘 떠오르지 않으니 기록하기 전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는 약을 먼저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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