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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남기는 다낭 패키지 가족여행 (3)

내가 예약한 패키지여행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자유여행을 맡길 테다!

by 쭘볼 니나

셋째 날

여행 내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웠다.

카페를 들어가도 시원치 않았다.


많은 코스 중에 하늘 바로 아래 있는 바나힐 테마파크는 가을만 되어도 패딩을 입고 가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베트남 시내 보다 5도 이상은 낮을 거라고 해서 기대가 컸다.


다낭이 대표적인 관광 도시가 된 것의 시작이 이 바나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높은 산 위에 그런 빅 테마파크라니!!

바나힐은 해발 1487m라고 한다.

속리산이 1000m가 조금 넘는데, 그 높은 산꼭대기에 이런 걸 조성했다니!

가이드에게 듣기로는 당초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만들었던 와인창고 때문에 도로가 조성되었다 한다.


하늘과 가까운 바나힐에 있는 많은 시설들을 보니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사람의 힘'이

보여준 역작이 이건가 싶었다.

기대만큼 많이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밑의 온도와는 달랐다.

다낭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사진에 있는 손 위의 교각은 사람이 그야말로 바글바글했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세계에서 스타벅스가 성공하지 못한 2개의 나라가

호주와 베트남이었다고 한다.

그 베트남에서의 스타벅스를 다시 살린 게 베트남의 한국여행객이라고 한다.

바나힐 테마파크 안에만 3곳의 스타벅스가 있다.

외국에서까지 가서 도대체 왜 스타벅스를 갈까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근데 결국 우리 가족도 스타벅스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


일단 스타벅스 내부가 제일 시원했다.

(다른 카페들은 왜 그런지 몰라도 에어컨을 가동하면서도,

모두 문이 열려 있어서 습하고 더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냥.... 음.... 왠지 내가 아는 그 커피맛의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었다.

그 더운 공기 속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 들이켜고 싶었다.


바나힐은 지상은 에버랜드와 쁘띠프랑스의 축소판 같았고


지하는 롯데월드의 축소판 같았다.

지하 몇 층에서 시작된 건지 헤아리기 어려운 자이로드롭이 실내 공사 중이었다.

심지어 나는 롯데월드에서 아이들 어렸을 때 자주 즐기곤 했던

'황야의 무법자'라는 4D 사격게임을 그곳에서 아이들과 다시 했다.

완전 똑같았다. 완전 완전......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어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갔다.

일정표에 있는 점심 메뉴는 한국음식 뷔페였다.

식당의 느낌이나, 음식들은 흡사 중고등 시절 갔던 수학여행의 경유지 식당 같았다.

인테리어는 없는 시멘트 위에 페인트만 칠해진, 200석은 넘어 보이는 단체여행객 유치를 위한 식당이었다.

진짜 한국음식 뷔페였지만, 두 번 먹고 싶지 않은 뷔페였다.

실로 오랜만에 나는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를 했다.


그다음 코스는 마사지샵이었다.

내가 가진 일정표에는 발마사지 60분으로 되어 있기에

난 찝찝한 옷은 갈아입지도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했지만..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의기양양 얘기했다.

발마사지 코스지만, 내가 특별히 여러분을 위해 업그레이드하여 전신마사지 90분으로 변경했다고 으스댔다.

우리 가족은 첫날에 이미 전신마사지를 받았다.

똑같은 코스를 또 해야 하다니... 우리 가족은 이미 전신마사지를 받았으니

발마사지만 60 분하고 싶다고 가이드에게 말했다.

90분은 함께 행동해야 하니 별도로 달리 할 수 없고,

발마사지로 바꿔달라고 직원에게 직접 얘기하라고 한다.

그래도 팁은 똑같이 30분에 1달러라고 한다.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으니... 얼굴이 구겨질 듯 말 듯 하면서 '함께 해' 달라고 한다.

또... 완전히 똑같은 마사지를 받고 팁을 주었다.


더운 곳에서 땀 흘리며 저녁을 먹고

드디어 한강(다낭을 관통하는 강 이름도 한강이었다.) 럭셔리크루즈 시간이었다.

당초 여행상품에서 각 5만 원을 추가 지급하고 변경한 여행상품에서

유일하게 달라진 건 크루즈가 업그레이드된 럭셔리 크루즈라고 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같이 온 일행들은 여행상품 내용에서 럭셔리 크루즈 따위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우린 그냥 또 유람선을 탔을 뿐이었다.

(이 지점에서 정말 컴플레인을 걸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여행 중 기분을 잡치는 일은 결국 안 하게 된다.)

우리 일행들은 또 '뿐이고'를 들으면서 크루즈를 타고 다낭 야경을 유람했다.

그래도 강에서 바라보는 다낭의 야경은 화려한 볼거리가 있었고, 아이들은 멋지다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 여기도 1달러 팁 : 배를 타러 가는 길목에 정말 아이돌 모델같이 예쁜 여자친구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저 아이들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의아했는데....

배가 출발하기 전 갑자기 한 무희(?)가 나와 배 선두에서 혼자 춤을 춘다.

춤이 끝나고 어린 무희가 손으로 사진모양 네모를 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사진을 찍고 나서 1달러 팁 한 장씩을 건넨다.


드디어 넷째 날 : 얼른 집에 가고 싶다

당초 여행 일정은 조식 후 공항 출국이었다.

다른 일정은 없었다.

8시 모든 팀 미팅 후 우리 가족만 공항에 내려주고

다른 가족과 우리가 첫날 했던 일정들을 하게 될 것 같.았.었.지.만

8시에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사전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어느 한 침향 쇼핑센터로 내려졌다.


남편이 우리는 바로 공항으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 물으니

늦지 않게 다 모셔다 드릴 거니 걱정 말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11시 40분 비행기였다.

적어도 9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마음이 놓이지 않겠는가.

침향 설명은 9시 40분까지 계속되었다.

다른 일행들이 그 비싼(?) 침향을 결제하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지금 출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소리는 낮지만, 분노를 담아 물었다.

아들도 면세점에서 친구들 간식거리를 사야 한다고 옆에서 투덜댔다.

가이드는 공항이 작아서 어차피 볼 것도 없다고 대답했다.

스멀스멀 화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지니 가이드가 '다들 버스 타세요'라고 소리쳤다.


침향가게에서 온갖 광고와 한국의 건강정보프로그램을 계속 보여준다.

그리고 침향을 먹기 전 건강검진 기록지와 한 달 후 건강검진 기록지를 비교했을 때

효과가 없다 판단되면 그대로 환불해 주겠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혹하는 듯싶다.


* 여기서 드는 의구심

1. 두 번의 검진서에서 어떤 기준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일까? 1프로, 2프로도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2. 만약에 검진서도 변동이 없고, 효과가 없으니 환불해 달라고 했을 때,

그들(침향센터)이 안 먹은 거 아니냐, 먹은 걸 증명하라고 하면, 우리는 어떤 증명을 할 수 있을까?

3. 한 달 치 30개가 수십만 원이란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 일행 20명은 한알씩 받아먹었다.

그럼 우리는 한 알에 몇 만 원짜리를 받아먹은 것이다.

베트남의 물가를 따졌을 때, 이런 어마어마한 무료 서비스가 정말 가능한 것일까?

수하물 싣는 것은 간단했지만, 출국 수속줄이 꽤 길었고, 군인 같은 사람들이 서서

고압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분위기가 움츠러들었다.

아들의 허리띠에 금속이 있어서 '삐'소리가 나서 허리띠를 빼라고 했다.

고압적인 직원이 '어깬' 하는데... 아들이 '어게인'을 못 알아듣고 엉거주춤했다.

다시 '어깬'하고 빽 소리를 지르는데 어찌나 위협적인지 뒤에 서 있는 나도 무서웠다.

뒤늦게 알아들은 아들이 다시 출국수속 가운데에 섰다.


비행기 출국장 입구에 도착하니 11시 20분이었다. 출국장 바로 옆 면세가게에서 쿠키랑 젤리 몇 가지를 대충 골라 5분 만에 면세점 쇼핑(?)을 끝냈다..


허겁지겁 비행기 좌석에 앉으니 곱씹을수록 화가 났다.

다른 것은 이해하고 넘어간다 쳐도

순전히 여행사만을 위한 억지 쇼핑을 시키느라

일정표에도 없는 시간과 장소를 강제할당 한 가이드의 행태와

비행기 뜨기 전, 여행을 마무리할 감상도 젖지 못한 채

우리의 여행 마지막 시간을 불쾌하게 만들어 버리다니!!


베트남 사람들은 좋았다.

예전 코로나 시절에 여행객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던 만큼

여행으로 돌아가는 도시이기에 관광객 모두를 소중하게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주변의 다낭 자유여행 경험자들은 모두 다낭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모르겠다...

지금은 내가 가본 식당들이..

지금도 여전히 나오는 홈쇼핑에서 보이는 식당의 느낌과 너무 달랐고


마사지샵 역시..

내가 홈쇼핑에서 본 다낭의 쾌적한 느낌은 절대 아니었기에

패키지여행상품이라는 것을

이제는 절대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여행사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또 우리의 경우가 3박 4일의 일정을 선택한 이유로

이리저리 꼬인 것도 있겠지만,

여행사는 우리의 일정을 원한다면 다른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해서

추가 비용까지 지불하고 변경했다.


솔직히 컴플레인을 낼까 많은 고민을 했다.

이곳에 여행사의 이름을 밝혀볼까...


그러나 패키지여행의 시스템이

한국 여행사는 이름을 걸고

베트남의 수많은 가이드 업체와 수시로 일시적 컨택할 뿐,


또 가이드 이름을 밝혀 여행사에 불만을 제기하면

따뜻한 미소로 우리와 함께 했던 베트남 여성 가이드에게

혹 피해가 갈까 우려도 되었다.


그냥 나는 이번 여행으로 결심했다.

휴대폰을 통해 세상은 많이 단결되었으니

나이 60이 되기 전에는 해외는 자유여행만 하기로.


혹 60이 넘어 해외여행을 간다면

노옵션, 노팁, 노쇼핑으로 비싼 가격 지불하며 가겠다고.


아니면.... 아이들에게 이제는

이런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바통 터치 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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