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 보면서 혹해서 급하게 예약
화요일 7시 40분 인천 출발, 금요일 18시 40분 인천 도착
여행 끝 주말에 시댁과 친정에 일정이 있어서 금요일 도착으로 선택해야만 했다.
TV홈쇼핑을 보고 사전 상담문자를 남겼고, 바로 다음 날 여행사에서 전화가 왔을 때
이 일정으로는 확정팀이 없고, 확정팀이 있는 다른 여행을 권유 받았다.
일정이 얼마 안 남았기에 확정되지 않으면 또 미뤄질까 걱정되어
이 일정의 확정팀이 있는 다른 여행상품으로 확정 예약하고,
일정이 2주도 안 남았기에 바로 여행금액 전액을 입금하였다.
5시에 사전미팅이 있다는 안내가 있었기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단체여행에서 시간 약속 안 지키면 민폐가 될지도 몰라
4시 30분쯤 공항에 도착하였다.
둘째가 이심 로밍을 알아봤는데 우리 부부의 폰은 최신 폰이 아니라 안된다고 해서
공항에 있는 SKT 센터를 찾아갔더니 우리 4가족이 결합 되어 있어서
1인에 3천원씩만 추가하면 해외로밍이 된다고 했다.
우리 둘 것만 해달라고 했더니 자녀분을 끼우면 청년 할인이 또 50프로가 된단다.
나이든 나는 이놈의 로밍이 넘 어려워서 안될까봐 걱정했는데
아들램이 이심 알아본 것도 무색하게
5분도 안되어 그냥 해결되었다.
뭐든지 현장이 최고인가보다.
암튼 그렇게 로밍을 하고, 아침 간식 몇 개 산 후
미팅장소에 도착했더니, 우리가 처음이자 끝이었다.
도대체 그 장소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
기존에 안내문자 받은 거 다시 안내 받으러 간 것일 뿐
여행사 로고가 적힌 캐리어택 외에는 새로 알게 된 것도, 받은 것도 없었다.
우리는 아직 50대이고, 젊은 아이들도 있으니
어이없으면서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나는 패키지 여행이면, 입출국 수속이고, 사전체크인이며, 좌석지정 같은 걸
다 여행사에서 해주는 줄 알았다. 어르신들만 있는 패키지면 다른 걸까?
(나는 여행사 문자가 와서, 사전체크인, 좌석배정, 기내식 신청을 며칠전에 미리 해 두었었다.)
난 미팅장소에서부터 가이드가 따라 붙는 줄,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근데 왜 우리 외엔 아무도 없었을까? 이때 의심을 했었어야 했는데...)
70대 이상 어르신들만 계신 단체 여행은 정말 어려울 듯 싶다.
그리고 5시간 후 베트남 다낭에 도착했다. (베트남이 2시간 한국보다 느리다.
입국 수속은 그냥 남들 따라가서 여권 제출하고, 얼굴 확인하지 쉽게 끝났다.
그리고 출국장으로 나가니 내 이름이 크게 적힌 종이를 들고 베트남 여자 가이드가 서 있었다.
왜 내 이름 밖에 없지? 다른 단체 일행들은 어디 있지?
그 가이드를 따라 밖으로 나가니 큰 버스 앞에 한국인 남자 가이드가 인사를 한다.
베트남은 공산국가라 외국인의 취업제한이 많다고 한다.
자국민의 취업 보호를 위해 외국인의 관광가이드 허가에 제한을 많이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큰 버스에 우리 가족 네 명만 탔다.
다른 사람들은요? 라고 물으니 오늘은 우리 가족 밖에 없다고 한다.
다른 일정은 예약팀이 없어서 기어코 추가 비용을 내게 하면서 여행상품을 바꾸게 하더니
결국 우리 밖에 없다니....이 때부터 어이가 없었다.
오늘 한밤중에 15명이 도착한단다.
이때부터 우리의 일정은 꼬이기 시작했다.
사전에 알려 주었던 일정을 가이드가 바꿔가면서 양해를 구하긴 하는데
달랑 4명 밖에 없는 우리가 가이드에게 불만을 제기하기도 어려웠다.
우리 4명만을 위해 이 45인승 버스가 돌고 있고, 2명의 가이드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일단 도착하자마자 한인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20분짜리 스톤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난 마사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좋아하지 않던 것을, 낯선 나라에서 누가 입었는지도 모를 가운을 갈아 입는 것도 맘에 안 들었다.
남자 둘, 여자 둘 각각 나눠서 2인실 마사지 방으로 들어가니
언제 세탁했는지 모를, 꼬질꼬질 느낌의 어두운 붉은 시트와 베개가 놓여 있는 간이 침대가 있었다.
홈쇼핑에서 본 그 쾌적한 '스톤마사지 120분'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마사지사들은 정말로 열심히 했다.
귀한 사람 대하듯 계속 괜찮냐고 묻고, 관리자 비슷한 여자도 30-40분마다 들어와서
혹시 마사지가 마음에 안 드는지, 바꾸는 걸 원하는지를 물었다.
30분당 1달러의 팁이 고정이라고 해서, 우린 1인 4달러, 총 16달러의 팁을 지불했다.
나중에 보니 너무 어린 여학생 같아서 더 주고 싶었지만,
그 아이한테 그 돈이 온전히 갈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다낭 여행객이면 다들 간다는 한시장으로 향했다.
가이드가 한시장 앞에 우리를 내려주고 40분 후에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한시장 입구부터 찌는 듯한 더위에 이상한 냄새까지 더해지니 더 있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과 아이들도 2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가고 싶어 했다.
사람도 너무 많고, 호객행위도 심했는데, 가장 싫었던 건 냄새였다.
5분 만에 나와서 바로 앞 카페에 갔다.
빵빵한 에어컨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더위를 식힐 만했다.
영흥사라는 절 한 곳을 더 가고 나오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가이드가 원래 저녁 메뉴는 제육볶음이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 밖에 없으니 시푸드메뉴를 먹어보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시푸드 메뉴를 먹는다면 전액 다 우리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푸드 메뉴를 얼마나 맛있는 메뉴인지
또 한국에선 얼마나 비싸게 줘야 하는지를 성토를 한다.
(솔직히 당초 먹었을 제육볶음 값은 깎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미리 '당신들이 다 내야 한다'고 들은 터라 얼굴 붉히는 일은 하지 말자고 남편이 말렸다.)
남편이 베트남 물가로 비싸봤자 얼마나 비싸겠냐며
간만에 온 가족 해외여행인데 맛있는 것좀 먹자고 하여
그 씨푸드 식당에 갔다.
이것저것 나오는 세트메뉴가 우리돈으로 15만원이 좀 넘었다.
제대로 메뉴를 살펴 보지 않은 우리 잘못이다.
난 무슨 킹크랩이라도 먹는 줄 알았다.
그냥그냥 씨푸드들
맛있게 먹고 나오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15만원이면 이 정도는 충분힌 먹을 것 같은 음식들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일 뿐.
그리고 드뎌 다낭의 5성급 호텔에 입성
홈쇼핑 광고에서 4인가족은 투룸을 준다고 했었는데 상담중 여행상품을 추가 입금(!!)하고 변경하는 바람에 그런 인센티브는 없다고 한다
치 나는 다른건 다 똑같고 럭셔리 크루즈 옵션이 추가되는 확정상품이라고 해서 변경 오케이 한 거란 말이다!!
따지고 싶었지만 여행기분 망칠까 참았다
그래서 결국 남둘 여둘 뚝 떨어진 방을 배정 받았다
그래도.......
호텔에서 바라보는 다낭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11시에 일정이 시작되었다.
(11시 시작이 게으른 나로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것도 밤새 베트남 입국한 3박 5일팀에 맞춘 것 같아 기분은 별로였다.)
새로운 멤버들은 다들 좋은 분들 같았다.
우리처럼 4명의 가족멤버가 한팀, 세명 가족이 3팀, 그리고 모자지간 2명이 한팀 정도 있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둘째날은 호이안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구니배를 탔다.
바구니배를 타며 1달러씩 팁을 주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2달러, 3달러는 줄 필요 없으니 꼭 1달러씩 주라고 했다.
나는 아들과, 남편은 딸과 한팀을 이루어 바구니배에 올랐다.
정말 뙤약볕이었다.
바구니배 선장(?) 아저씨가 우리가 타자마자 모자를 씌워주고, 우산을 펴 준다.
본인은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
내가 흘깃 발을 보니, 신발도 양말도 없는 맨발이었다.
너무 생채기가 많이 나 굳은 살의 상처가 여기저기 딱지처럼 붙어 있었다.
라이따이한 얘기를 듣고 바구니배를 탄 터라
마음이 더 측은했다.
1달러만 주라고 했지만, 아들도 3달러 드리자고 했다.
남들 볼 때 주면 바구니배협회(?)에 뺏길지 몰라
바구니배 중간 쯤 3달러는 내밀고 얼른 주머니게 넣으라는 시늉을 했다.
아저씨 얼굴이 처음으로 웃었다.
얼른 숨기길 바랬는데......ㅠ.ㅠ
이 아저씨가 3달러 세장을 부채처럼 펴서 높이 흔든다.
옆에 바구니배하고도 뭐라뭐라 떠든다.
급히 후회했다.
자랑을 하고, 본인 돈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어쩐지 모든 돈을 밝혀야 하는게 불문율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래서 가이드가 더 드려봤자 소용없다고 그랬구나.
침울해 보였던 선장 아저씨가 그때부터 수다스런 사람이 되었다.
옆 배 선장하고도 신나게 떠들고
나에게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계속 한다.
나중에 남편에게 이 얘길 하니
1달러도 관광객, 여행사, 바구니배 협회(?) 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단다.
나같은 사람이 생기면 1달러가 점점 서운해지고,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한다.
1달러에 대한 호의가 퇴색될 수 있다고....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됐지만, 그래도......쫌....
딸이 남편에게 '아빠는 T' 라고 웃으며 말했다.
바구니배를 타고 한바퀴 도는 중에 두 곳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1/3 지점에서 같이 출발한 바구니배를 끈으로 서로 연결하여 못 도망가게 서로 묶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홀로 탄 바구니배 뱃사공께서 노를 휘저으며 묘기(?라고 하기엔 좀 아쉽고...)도 아닌
바구니배 공연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일행들은 다같이 박수치며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천원짜리 두 장이 노 위에 얹어졌다.
우리 일행 중에 천원 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준비한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아....팁을 줘야 하는 시간이구나' 깨달은 몇몇이
노 위에 1달러짜리를 얹어서 배를 건너 건넨다.
그리고 또 2/3 지점.
갑자기 또 배들을 서로 끈으로 모아 묶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작은 파라솔 배 위에서 어떤 아저씨가 '뿐이고'를 부르기 시작한다.
한국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유창하고 목청 좋게 잘 부른다.
또 팁을 건네야 하는 지점이다.
남편이 눈짓을 보내 옆 배로 1달러 지폐를 건넸다.
나는 물론 이 뙤약볕에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를 유람시켜 주신
그 뱃사공에게 5달러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듣고 싶지도 않은 노래를 들어가며
(옆의 어린 아이는 묶여있는 배가 싫어 계속 훌쩍 거리며 가자고 졸랐다.)
팁을 안 주면 안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차라리 바구니 배에서 내릴 때 스스로 자율 기부함을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간 후
약 5분간 배를 타고 작은 강을 건너니 호이안의 국제적인 마을(?)에 도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를 타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이었다. )
한 바퀴 도는 게 너무 더웠다.
다들 너무 더워서 어딘가 들어가고 싶을 때쯤
가이드가 음료를 대접하겠다고 한다.
망고쥬스 혹은 코코넛 커피 한잔 하고 있으니
옆집에 발마사지가 5천원이라고 해보라고 추천한다.
카페에 들어왔음에도 카페가 더웠다.
마사지 가게는 시원하냐고 물으니 여기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가이드가 대답한다.
다들 우르르 옆집 마사지 가게로 향했다.
팁은 없었고, 정말 시원했지만
그냥 발을 주무르기만 하는 느낌. 힘은 하나도 없었고
옆에 앉은 마사지사랑 서로 떠드느라 정신 없었다.
그리고 전동차를 타고 바람 맞으며 신나게 달리니
어느 고급 정원의 식당
한 눈에 보기에도 정말 고급졌고, 직원들도 여느 식당과 달랐다.
음식도 깔끔한 전통 베트남 음식이다.
더위에 찌들다 시원하고 쾌적한 정원이 예쁜 고급 식당에 오니
다들 기분이 좋아졌다.
예쁜 정원에서 사진 찍고 산책하니
낮에 흘린 더위와 땀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하루의 끝이 좋으니 그날이 다 좋게 느껴졌다.
(이래서 조삼모사라는 말이 있는 건가...)
3박 4일의 후기를 한 편에 다 올리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얘기가 많았는지, 글이 꽤 길어져 3편도 올려야겠다. ^^
내 글이 패키지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쓸데없는 얘기까지 자세히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