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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에 처음 요가를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

by 쭘볼 니나

나는 이제껏 운동이란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닌, 내 세월이 느껴지는 단어!!) 다닐 때는 나름 달리기가 재빨라

반 대표로 운동회 계주 선수로도 몇 번 나가고,

육상부 코치에게 픽업되어 육상부로 한 달 훈련받다가,

훈련이 너무 고되어 하기 싫어져 하교시마다 도망 다니기도 했다.


남편은 결혼 이후 직장 동호회의 유행에 따라

직장생활 처음 몇 년은 축구에 푹 빠져 살다가

아이들이 초등학생 무렵엔 테니스 동호회에 가입하여 주말마다 육아를 등한시하더니,

얼마 전에는 골프를 시작하며, 제법 그럴싸한 골프채 세트도 당땡으로 구입하였다.


나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맞벌이가 그러하듯,

아빠는 특별한 날 육아를 도와주듯 담당하고

엄마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그냥 육아를 담당한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옆에서 지켜보니 육아 분담도 확실한 듯,

살아가는 모양새가 찌들지 않아 이쁘고 기특하다


아이들이 어려 힘든 육아의 절정기 무렵,

어쩌다 회식이 잡혀 남편이 저녁에 아이들을 챙기고

내가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늦게라고 해봤자 밤 10시 전!)

남편은 말한다.

- 회식은 잘하고 왔어?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

난 아이들 숙제 봐주고, 잘 씻기고, 잘 재웠고, 내일 아침 쌀까지 닦아 놨어~~


남편은 내 또래 다른 남편들에 비해 잘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아내들이 말하듯이

도와준다는 개념이지, 본인의 할 일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첫째가 초등생, 둘째가 6세쯤 무렵

업무량 과다 부서에 발령을 받아 정말 바빴던 적이 있었다.

업무도 힘들고, 민원도 많아서 정말 힘들게 일하다 밤늦게 퇴근했는데

남편이 현관에 들어서는 나에게 저런 자랑을 했다.

칭찬을 기대했던 남편에게

나는 울컥하여 쏟아냈다.


- 나는 매일 하는 일상이야.

- 나는 매일 그렇게 저녁을 보내고, 애들이 잠든 후에 내일 아침 준비도 하고, 빨래도 해

게다가 당신은 거의 매일 늦게 집에 들어와서는 피곤하게 일만 하다 온냥,

이것저것 나에게 심부름도 시키잖아.

일하다 허겁지겁 퇴근 나한테..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 취급하면서.

- 당신이 어쩌다 오늘처럼 저녁에 아이들을 돌볼 때는

난 밖에서 야근을 하든, 회식을 하든 편하게 쉬다 온 사람이고,

당신은 집에서 힘들게 애들 돌본 사람처럼 얘기하는 거 알아?

- 난 어쩌다, 기껏해야 한 달에 한두 번 늦게 집에 오면, 야근을 하다 왔어도

당신한테 애들 보느라고 고생했다고 말해줘야 되는 사람인 거야!!!


칭찬을 기대했던 남편은 당황했다.

- ....아니 그게 아니라......그런 뜻이 아니라....


나는 아이들 고3까지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

고정적인 무언가를 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어렸던 30대 시절에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며,

특히 여자들은 그 시기를 놓친다는

한 여성 과장님의 말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아이들 대입이 다 끝나고

이제는 오히려 내 관심이 아이들을 더 부담스럽게 하는 것 같은 요즘

요가를 시작했다.


예전부터 사무실에서 내 자세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종종 들어왔다.

예전에 밥솥 끌어안고 TV를 보다가 구부정하게 본다고 엄마에게 혼도 많이 났다.


50이 넘어서니 할머니가 될 내 모습이 이제야 걱정되기 시작한다.

길 가다가 등이 굽어서 허리도 못 펴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이면

저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닐까

이제야 두려움이 엄습한 것 같다.


요가수련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내가 최고령자다.

젊은 청춘들 사이에서 내가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

상담 시 말했더니, 본인에 맞게 하면 된다고 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한다.


정말 예쁘고 파릇파릇한 청춘들 사이에서

나는 버틸 수 있을 만큼만 버티고

뻗을 수 있을 만큼만 뻗는다.


같이 수업을 듣는 청춘들은 모두 머리 서기를 한다.

나는 옆에서 쳐다보며 말한다.

'이게 사람이 가능한 자세에요?'


신체의 걱정이 없는 청춘 시절부터 몸을 단련하고 있는

그곳의 청춘들이 대견했다.

나도 청춘이었을 때, 지금의 나를 챙기고, 미래의 나를 대비했어야 했는데

나는 미처 몰랐다.

나에게도 50이 오고, 60이 오고.... 언젠가 노화의 세월이 온다는 것을.


요가 선생님이 나에게 묻는다.

- 땡땡님은 무슨 자세가 좋으세요?

- 저요? 저는 사바아사나~~!!


청춘들도 모두 웃으며 공감해 주었다.


요가 수련시간은

학창 시절 수업시간처럼

지독히도 시간이 느린 듯 하지만,


수련을 끝내고 내려오는 계단 걸음은

그리도 또 반갑고 가볍다.


70이 되어도 꼿꼿한 등과 허리를 위해

일단 멈추지 말고 계속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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