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이 같은 일을 겪고, 같은 추억을 가진다는 것
우리 부부는 동갑이다.
동갑이라 편하지만,
남자는 또 철이 늦게 든다는데, 동갑이라 애 셋을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뭐 그런 건 사람에 따라 다른 거지 나이에 따라 다른 건 아닌 것 같다.
8살 차 부부인 우리 시누네를 보면 애들 고모부는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주변인들과 얘기할 때
뭐든 먼저 챙겨주고, 알아서 척척하는 남편들을 볼 때면
나이차 나는 남편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자기야'라고 부른다.
결혼 25년이 되어가지만 여보 당신의 호칭을 쓴 적은 없다.
친구로 만나 처음엔 누구야 이름을 부르다가 어느새 '자기야'가 되었다.
우리 부부가 서로를 이 호칭을 사용하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싸우다가 너무 화가 나면 '니가!' 소리가 나온다.
이때는 정말 화가 나서 도저히 '자기'라는 말이 안 나올 때다.
이런 일은 이제껏 살면서 25년 동안 다섯 번 정도 있었을까.
'니가'라는 호칭이 내 입에서 나오면, 아마 남편도 겁이 날 것이다.
남편이 나를 부를 때는 감정이 실릴 때는 아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갔을 때 사람 많은 곳에서 나와 멀어졌을 때
그저 나에게 소리치기 위해
저 멀리서 나를 부를 때 '이땡땡!!'이라고 부른다.
분명히 말하건대 "**아"라고 다정히 이름만 부르게 아니라
성과 함께 세 글자도 붙이며 소리친다.
그만 지체하고 빨리 오란 소리다.
그래도 이게 뭐라고... 오랜만에 내 이름이 불릴 때, 나는 왠지 기분이 좋다.
가끔 동갑내기라서 좋을 때가 있다.
뉴스를 보다가, 노래를 듣다가, 어느 드라마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대학교 몇 학년 때 지자체 선거를 처음 했더라?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 평화의 댐 반대 궐기대회 같은 거...자기도 했었어?
변진섭이 최고 절정기는 우리 중학교 때 아니었어?
예전에 모래시계 할 때 말이야... 그때 내가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장이 말이야...
이선희는 우리 중학교 때 최고 아니었어? 아니 아니 이선희는 우리 초등학교 때 강변가요제로 데뷔를 했지..ㅋㅋㅋ
이런 얘기들을 할 때..
우리는 내가 몇 학년때였고,
그때 나는 어디에서 무얼 했고,
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겠네..
이런 따위의 얘기들이 술술 이어진다.
같은 나이에
같은 시대를 겪고 있었다는 건
서로를 이해하는 데
아주 작게나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가끔 생각한다.
내가 15살 어떤 시절을 지나고 있었을 때
남편도 15살 어딘가를 지나고 있었겠구나... 생각하면
어떤 안 보이는 실타래가 늘 이어져 있다가
서로를 끌었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