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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라는 회사

4년에 한번씩 사장님이 바뀌는 곳

by 쭘볼 니나

회사 밖 카페나 식당에서 동료 직원들과 이야기 할 때

다른 지자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구청장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밖에서 공무원이라는 티를 내고 싶지 않기도 한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같은 구역 '이 지자체' 내에서는

우리 사장님의 지지자 또는 반대편이 어디에 앉아 있을 지도 모르니

사장님의 뒷담화를 마음놓고 하기 위함이리라.


20년이 넘는 근무기간 동안 사장님이 4번이 바뀌었다.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으니

지금 사장님도 이제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이유로 사장님 눈밖에 난, 완전히 찍힌 직원으로 4년을 일하게 될지라도

4년 후에 사장님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주는것 같다.


처음 공무원 되던 다음 해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같이 근무했던 옆 사수 주임님이 연임이된 구청장 선거결과를 보고 한탄하듯 말했었다.

'에잇, 저 비서실 직원들 짐싸는 거 보고 싶었는데!!!, 다 글렀네'


물론 사장님의 총애를 받는 직원이

승진을 코앞에 두고 사장님이 지방선거를 다시 치른다면

누구보다 재선을 강력히 원하겠지만....


많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회사의 인맥=인라인이라는 것이

이곳에도 존재한다.

일반 회사와 다른 점은

인라인의 한계가 4년이 될지, 8년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보통의 회사들은

사장님이 회사의 창립멤버 혹은 가장 최고참 근무자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우리 회사는 사장님보다 직원들이 더 오랜 터줏대감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이 터줏대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그 분의 눈에 먼저 들기 위해

재임 초기에 간부들은 특히 더 많은 힘(?)을 쓴다.

일찌감치 자리 선점하는 마음이랄까...


사장님도 낯선 곳에서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하시니

처음 눈에 들어오는 임원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으니

사장님께서는 재선을 위해 다음 구상을 시작하신다.


지금 사장님의 재선을 원하는 직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들도 있다.


지금 내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난 우리 사장님이 참 좋다.

권위적이지 않아서 좋고, 항상 열정이 넘친 모습이 좋다.

그래서 우리 지역을 위해 이 분이 다시 재선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면

어떤 사람인가의 잣대가 아니라

어느 당인가가 투표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


공무원들이 진리라고 늘 일컫는 문장이 있다.

'구관이 명관이다'

공무원 뿐만이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일 것이다.


4년마다 새로운 사장님에 대해 탐색하고

진로설정을 매번 바꾸느라 전력을 소진하느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꾸준히 걸어가 끝맺음을 제대로 보고픈 마음도 있다.


그러나 주민의 입장을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누가 하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고,

현재는 그닥 큰 변화가 없으니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많을 것이다.

어차피 이 조직은 내부 직원은 변동이 없어

업무의 연속성도 어느 정도 유지될 테니 말이다.


이제 우리 사장님의 임기는

선거등록 전 사퇴기간을 제외하면 8개월이 채 남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지방직 공무원들은 알 것이다.

지금부터 후보등록 전까지 얼마나 거센 격동의 세월을 보내야 할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새로운 셋팅이 좋을지..

못다한 업무의 연속성이 좋을지..


우리 공무원들은 다음 사장은 어떤 사장일까? 보다는...

이제 선거국면이 시작되는구나.


투표용지 1장인 대선보다 몇 배 더 힘든,

투표용지 최소 8장인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구나.


* 누구에게 투표할지 모르겠다면

정당보다는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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