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길목에서, 오래 잊고 있던 나를 만나다
https://suno.com/s/H0afExfMDk9rtKc1
작사:GOLDRAGON 곡:SUNO
49살.
어느 날 문득 마음속에 하나의 꿈이 떠올랐습니다.
'내 머릿속의 기억이 흐릿해지고 추억들이 잊히기 전에 글로 남기자'
'세상에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활자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유명작가는 아니더라도 작가라는 흉내를 내보리라'는 다짐.
그 이야기를 조심스레 주변에 꺼냈던 날,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왜 그래, 삶이 심심해?" "시간이 남아돌아?" "그 나이에 갑자기 글을 왜 써?"
내가 들어도 어처구니없는 웃긴 소리 같았고, 어쩌면 나 자신도 어설펐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분명히 속삭이고 있었죠.
"그래도 해보자. 지금 아니면 평생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조용히, 나름의 결의를품고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작가로 등단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평가도 필요 없을 만큼 벅차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글을 쓰는 일이 점점 익숙해질수록,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피어났습니다.
좋아요, 하트, 구독자 수.
매일같이 수치를 확인하며 마음이 요동쳤고,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싶었던 거지?"란 질문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수많은 글들이 넘실대는 이 바다에서 나는 내가 전하고 싶은 진심 하나를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렇기에 억지로 기억을 짜내던 날들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로 향하던 평범한 길 위에서 불쑥 11살의 나, 눈물 젖은 소보루빵을 먹고 있던 꼬마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강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따뜻한 감정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라는 걸.
그날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와, 잊히기 전에 자판을 두드려 적어 내린 이야기가 바로 11살의 기억을 떠올린 '1학년 1반'이었습니다.
그 글을 시작으로 나는 억지로 글을 쓰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며 떠오르는 장면들을 조용히 붙잡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연재는 완벽하지 않았고, 때로는 지지부진했고, 때로는 "이게 과연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 여정을 통해 내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무엇보다 소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이 작은 연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처음 꿈꿨던 '작가'라는 이름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닫더라도, 삶은 계속 흘러가고, 50살에 접어들면 다시 5학년의 이야기는 시작되겠지요.
언젠가 그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나는 또다시 노트북을 펼쳐 자판을 두드릴 것입니다.
당신의 인생에도 소보루빵의 기억처럼, 문득 떠오르는 따뜻한 추억 한 조각이 자주, 오래, 머무르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오늘의 이 에필로그조차 미래의 나에겐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다시 새 글의 첫 문장을 열게 할지도 모르죠.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다가 또 다른 인생의 쉼터에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여정을 지켜봐 주시고, 반 강제적으로라도 읽어주신 소중한 구독자와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인생의 학교'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은 늘 새로운 시작의 이름이니까요.
다시 만날 그때까지 여러분의 인생여정이 반짝반짝 빛나시길...
- 2025년, 인생의 중턱에서 작가를 꿈꾼 어느 한 사람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