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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

내가 본 지역정치의 민낯

by GOLDRAGON

https://suno.com/s/5AMv4BiEGFCEdjZt

작사:GOLDRAGON 곡:SUNO


한때 나는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했던 적이있다.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하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당원협의회 청년위원으로 활동했고, 여러 지역 행사에 얼굴을 비추며 나름대로 역할을 감당하려 했다. 지역 정치의 현장을 가까이서 보고, 듣고, 직접 발을 담그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금의 정치 현실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염증을 느껴 결국 탈당했다. 관심마저 끊은 지도 오래다. 나는 그 과정을 통해 지역 정치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고, 안타깝게도 그 속에서 희망보다는 실망을 더 자주 느꼈다.

지역 정치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각 지역에는 당협위원장이 존재하고, 이들은 대부분 차기 총선에서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이들이 지역 조직을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삼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도구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당협위원장의 눈에 들기 위해 줄을 서고, 총선 때 그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만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지역 정가에 팽배해 있다.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시의원들이 정작 눈을 돌리는 대상은 지역 유권자가 아니라 당협위원장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진정으로 지역 주민과 호흡하며 정책을 고민하고 실현해야 할 시의원들이 정치적 생존을 위한 줄 서기 경쟁에 몰두하게 된다. 나 또한 한때 내 마을을 위해 시의원 출마를 해서 현실정치를 해보려 진지하게 고민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 세력에게 나는 그저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경쟁자”일 뿐이었다.

같은 당 소속이라 해도,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일도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역 정치는 더 이상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천을 위한 정치, 줄 서기의 정치, 줄 세우기의 정치로 퇴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시의원들이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보아온 상당수는 그렇지 못했고, 그런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중앙정치의 극단적인 대립 구도가 지역 정치에까지 고스란히 투영된다는 점이다. 여야가 시의회에서도 중앙처럼 이념적 대립을 반복하고, 중요한 지역 현안마저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부결시키기 일쑤다.

마을을 위해 일하라고 선출된 이들에게 무슨 대단한 이념적 갈등이 존재한단 말인가. 마을의 가로등을 더 밝게 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만들고, 어르신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를 만드는 일이 이념과 자존심의 싸움으로 치환돼선 안 된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새 대통령이 선출된 지금, 정치권 모두는 반대를 위한 반대, 정쟁을 위한 정쟁을 내려놓고 상생과 협치의 정치를 실현할 때다. 집권당은 그 자리에 오른 이유를 착각하지 말아야 하며, 야당은 본인들이 왜 외면받았는지를 뼈저리게 되돌아봐야 한다. 정치는 잘해서 인정받는 것이지, 못해서 덜 미운 쪽이 선택받는 구조가 되어선 안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정치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보루다. 그것이 무너진다면 국민의 삶에 닿는 정치는 사라지고, 오직 정당만 남는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정치 회복은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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