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지도위원회' : 오늘 이 따뜻한 마음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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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GOLDRAGON 곡:SUNO
어느덧 3년째다.
나는 내가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청지회', 그러니까 [청소년지도위원회]라는 이름을 가진 이 조용한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름처럼 청소년들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또, 지역 곳곳의 행사에 작은 손길을 보태기도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참 소박하고 착한 일이라고. 맞다. 정말로 이 모임은 소박하고, 그래서 더 따뜻한 일들로 채워진다.
이곳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이다.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선후배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눈빛 하나에도 말이 되고, 웃음 하나에도 추억이 묻어난다.
나는 조금 다르다. 고향은 이곳이 아니다. 낯선 이 땅에 삶을 둔 지 15년쯤 되었을까. 이제는 나 역시, 이곳의 계절과 공기, 그리고 사람들에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그 따뜻한 원 안으로 스며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이 모임에 들어섰던 날을 떠올려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순수한 마음만으로 이 자리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그 선택의 결과로 이 모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계산은 오차를 남기고, 뜻하지 않은 고비와 상처를 데려왔다. 그러면서 내 안의 동기와 의지는 조금씩 희미해졌고, 모임도 점차 내게서 멀어졌다.
월례회 참석이 뜸해졌고, 부담이 되었고, 심지어는 피하게 되었다.
그즈음, 집안에는 크고 작은 우환이 겹쳐 왔다. 삶의 무게는 한꺼번에 내려앉았고, 나는 생계를 위한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몸도 마음도 고단했다. 그리고, 그런 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왜 요즘 안 나오지?" "처음엔 그런 마음이었겠지."
그런 말들이, 더더욱 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임엔 진짜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그렇진 않았을지 몰라도, 나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처음 마음이 어땠는지, 그들은 알았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사람'으로서, '구성원'으로서 나를 받아주었다. 따져 묻지도 않았고, 평가하지도 않았다.
집안일로 마음이 바닥났을 때, 몇몇의 따뜻한 메시지와 전화에 나는 문득 감정이 복받쳐 오름을 느꼈다. 오랜만에 느껴본 따스함이었다.
그들은 계산하지 않았고, 이유 없이 손을 내밀어주었다. 나에게는 동생이자, 형이자,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 마음들 앞에서 나는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 모임은, 이제 나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때론 많은 것을 멀어지게 만든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점 줄어들고, 모임이라는 이름은 어느 순간 '일'이 되기도 한다. 의미 없는 대화들, 어색한 웃음들, 피곤한 자리는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청지회'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가식이 없다. 꾸밈이 없다. 그리고, 그게 참 고맙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무심코 지나가려던 하루, 청지회 단톡방에서 하나둘 도착하는 생일 축하 메시지들.
말 한 줄, 이모티콘 하나에도 진심이 묻어난다.
가슴이 촉촉해지고, 울컥해진다.
참 따뜻하다.
나는 오늘, 이들의 마음 덕분에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내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내 진심을 다해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