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지 못하는 스타벅스 쿠폰

쿠폰가의 70% 이상이 되어야만 사용 가능한 커피쿠폰

by 양양이

내 생일은 지난달이었다. 카카오톡에 선물하기에서 선물을 여러 가지 많이 받았다. 그중 단연 가장 많이 받은 선물은 스타벅스 커피쿠폰이었다. 사용기간은 제법 긴 편이라 부담 없이 사용 가능하기도 하고, 스타벅스는 수도권이라면 어디에나 가깝게 있으며, 자주 이용하는 호불호 없는 커피숍이었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도 가볍게 감사해야 할 일이 있거나, 그리 가깝지 않은 사이에서 생일선물로 스타벅스 쿠폰은 인사치레 하기 좋았다.


내가 공항에서 일하면서는 스타벅스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사실 처음 신입사원일 때 모두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어서 적지 않게 놀랐다. 15년 전 학생이었고, 취준생이었던 나에게 스타벅스는 비싼 고급 커피숍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만 있기 싫었던 나는 카페에 가서 자주 공부하곤 했는데, 매일 가는 카페로서 스타벅스는 가격대가 있었다. 그런데 선배들이 전부다 스타벅스 커피만 마시고 있었서 그때 당시 전부 허세를 부리는 건가? 싶기도 했고, 심지어 스타벅스로 사다리 타기까지 했다. 나에겐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그저 나의 편견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천공항 내에는 다양한 커피숍이 많지 않을뿐더러 공항 임대료가 비쌌기 때문에 저가 카페 브랜드는 입점하기 어려운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공항직원용 신용카드는 스타벅스에 대한 무료 사이즈 업이라던지, 가격 할인이 많이 되는 카드들이 있었다. 공항에 다니는 직원들에게는 스타벅스가 그중 가장 저렴한 커피숍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면 얼마나 쉽게 편견을 가질 수 있는지 그때 깨달았다.


다시 쿠폰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나는 생일 선물로 받은 쿠폰을 사용하러 스타벅스에 갔다. 나는 카페에 종종 혼자 가곤 하는데 2만 원, 3만 원짜리 쿠폰을 많이 받았다. 아무 생각 없이 말차라테를 하나 시키고 쿠폰을 내밀었다. 직원은 쿠폰 가격의 70% 이상 결제하지 않으면 그 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 그럼 다른 카드로 결제할게요" 하곤 의도치 않았던 카드지출을 하게 되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혼자 오면 이 쿠폰들은 사용할 수가 없겠구나. 그럼 이 쿠폰들은 도대체 언제 사용하지? 환불이 되면 현금으로 변경시켜야 하나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그래서 공항에 다닐 때 직원들은 서로 스타벅스 쿠폰을 선물하게 되면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 쿠폰을 여러 개를 보내거나, 스타벅스 상품권으로 -돈처럼 바로 쓸 수 있는 상품권- 으로 변경해서 보냈던 것 같다. 혼자 자주 카페를 이용하는 나는 지금 이 쿠폰은 나에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가끔 사용하지 못하는 스타벅스 쿠폰처럼 우리 스스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70% 정도의 능력치는 어느 정도 채워져야 준비가 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이전까지는 사용하지 못하는 쿠폰처럼 그저 나 자신을 무용지물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벅스 쿠폰이 아니다.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완벽한 때라는 것은 없다. 그런 날은 애초에 오지도 않는다. 인생은 언제나 변수의 연속이고 변화무쌍하며 우리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내 능력치가 70% 정도는 되어야지, 아직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아직 내 능력은 그 정도까진 아니야라고 생각이 든다면 스타벅스 쿠폰을 생각해 보자. 70% 가격이 될 때까지 영원히 사용할 수 없는 쿠폰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70% 이상의 가격이 되는 그런 날이 왔다 하더라도 때를 맞추지 못해 사용기간이 지나버리면 자동환불이 되어서 아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게 되어 버린다. 심지어 선물 받은 쿠폰을 환불받을 때 카카오톡에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가지 핑계로 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도 수수료 같은 불필요한 지불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준비가 다 된 때는 없다. 시작하면서 준비하면 되고, 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 나의 경우 언제나 그랬다. 아직도 무언가에 망설이고 있다면 그저 도전해 보자. 사용기간이 지나 환불되어 버리기 전에 얼른 내 능력의 10%라도 사용해 보자.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영화 "주먹이 운다"의 한 장면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내가 세계 챔피언일지도 모른다."


혹시 알아? 시도도 못해보고 접었던 것들 중에서 혹시나 세계 챔피언 감이었을지도 모르잖아! 그저 사용하지 못하는 70% 미만의 커피쿠폰이 될지, 세계 챔피언이 될지는 스스로 선택할 뿐이다. 여러 생각말고 그냥 도전해보자. 난 아직 안돼. 완벽하지 않아 라고 스스로에게 한계를 부여하지 말자. 망설이고 있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 혹시 모르잖아 ! 내가 그 분야의 세계 챔피언일 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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