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번 지옥에 다녀온다

by 세은

지옥은 죽어서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지옥을 맛볼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불안감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던 해. 나는 일터에서 큰 상처를 안고 1년 만에 퇴사를 한다.

상처는 주는 샤람은 없고 받는 사람만 있다는 엄마의 말씀도 듣고 싶지 않던 그 시절.

과연 내가 그리던 유치원 교사의 삶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학부모님들 앞에서 존칭 없이 이름을 부르고 반말하는 상사.

1년 차를 혼낸다고 아이들 앞에서 대놓고 혼내는 상사.

유치원 일과 시간에 늘 아이에게 교무실에 있는 물건 좀 가져다 달라며 시키는 상사.

후임에게 자신의 잘못을 떠넘기는 상사 등.

인간적이지 못한 면모를 많이 봤다.


아 물론 그들의 눈에 내가 성에 안 찼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에게 그저 1년 차 짜리였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일하는 내내 3년 차 이상의 선생님들과 비교를 당했고, 하루에 만 팔천보 씩 왔다 갔다 해도 아무런 쓸모없는 짝으로 순식간에 만들어버리는 그런 삶이었다.

힘에 겨웠고, 더 나은 복지를 위해 퇴사를 결심하고 말씀드리는 찰나, 돌아오는 답변은 부모님의 경제적인 안부였다.

부모님이 돈을 잘 버셔서 그만두는 건지, 사회생활을 못해서 나가서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지, 우리 원과 맞지 않아서 교수님께 연락해서 조교를 일해보는 게 어떤가 싶어서 미리 말씀드려 놨다던지 등. 사람에 대한 무례함은 직장을 그만두는 날까지 이어져 왔다. 내가 직장을 그만둠으로써, 게임에서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직장을 나오고 공립 유치원에 들어갔다. 자세하게 말하면, 그냥 시간제 강사였다. 방학 때 잠깐 한 거지만, 사실은 정말 행복했다.

어쩌면 공립과 더 결이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립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이 넘어졌다. 넘어지고, 살이 파이고, 삶을 그만두고 싶은 정도도 경험했다.

평소에는 왜 이리 바쁜지, 그저 다 때려치우고 싶은 정도도 있었다.

나를 온전히 붙잡아줄 만한 것이 없다고 느꼈고, 심하게는 그냥 세상을 떠나버리고 싶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 증상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는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 고독함에,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우리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하루에 수십 번은 지옥에 다녀오지만 눈을 감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어떤 감정과 상황을 일으키는지 너무 잘 알아서, 함부로 내려놓을 수가 없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가는 이 길이 맞을까,

따뜻한 눈물과 동반하는 지옥 같은 질문들이지만,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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