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맑은 음이온 속에서 피어난 38년
교사도 결국은 감정의 결을 가진 한 인간이기에, 교실 안 수십 명의 아이를 마주하다 보면 마음의 무게추가 조금씩 기울 때가 있기 마련이다. 눈에 띄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마음 한구석에 무심히 밀려나 있는 아이도 있다. 특별히 예쁘지도, 그렇다고 밉지도 않은, 그저 늘 그 자리에 공기처럼 머물던 어느 평범한 아이가 있었다.
초임 시절의 서툴고 팽팽했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건네신 말씀은 오만한 마음을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선생님이 제일 예쁘대요. TV에 나오는 유명한 연예인보다도 우리 선생님이 훨씬 더 예쁘다고, 단호하게 말하더라고요."
누군가 나를 조건 없이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기묘하게 흐른다. 그저 스쳐 지나던 아이의 뒷모습이 전보다 더 애틋해 보이고, 저도 모르게 그 아이를 위해 한 번 더 기도하게 되는 유치하고도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아이들을 아무리 예뻐한다 해도, 정작 그 작은 존재들이 나를 온 마음으로 품어준 크기만큼 내가 그들을 더 많이 예뻐해 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돌이켜보니 3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니라,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수혈받으며 버텨온 셈이다.
아이들이 머무는 곳에는 맑은 음이온이 흐른다고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는 집은 화초도 더 싱그럽게 자라난다는 이야기처럼, 유치원 교사들이 유독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또한 그 맑은 생명력 곁에서 매일 정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외적인 젊음보다 더 큰 축복은,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며 살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시루 속의 콩나물에 물을 주듯, 붓는 물은 아래로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도 그 미세한 습기를 머금고 콩나물은 어느새 쑥쑥 자라난다. 아이들이 부어주었던 그 무구한 사랑도 영혼을 스치듯 지나갔지만, 결국 그 사랑의 물길이 지금의 나를 이만큼 성장하게 했다.
아이들의 사랑이라는 자양분으로 채워진 나의 38년. 그 혜택을 온몸으로 누리며 살아온 시간이기에, 오늘따라 교실의 그 맑은 공기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사무치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