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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May 27. 2024

학교 밖 교사 이야기 2

엄마! 자랑 좀 그만해!

학교 밖을 나와 프리랜서 강사 생활을 해 보니 제게 없는 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강사로서 이름 없음(네이밍 부족!)과 나머지 하나는 홍보 능력이었습니다.


늘 인생의 벽을 붙잡고 있을 때마다 책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일이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인스타 관련 홍보 서적을 사서 읽었습니다.


"인스타는 홍보용 채널로 일관성이 있어야 해요. 디자인에서나 콘텐츠 측면에서 모두 말이죠!"


그 책을 읽고 저는 인스타에 계속 일관성 있게 홍보용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강의 일정이 생기면


"저 강의 나갑니다."


라는 제목의 피드를 하염없이 올린 지 이제 삼 개월째.


오늘은 초 5학년 아이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라고요.


가끔 엄마 인스타 피드를 몰래 훔쳐보곤 했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저를 불쌍한 얼굴로 쳐다보더라고요.


"엄마! 학교에서 가장 인기 없는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


"누군데?"


교사 20년 차에 그걸 모르겠냐는 떫은 표정으로 쳐다봤는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엄마처럼 맨날 자랑하는 친구! 그러면 안~~ 돼!"


아이가 볼 땐 제가 인스타에 매일 "저 강의 갑니다." "강의 다녀왔어요." "오늘도 글쓰기 완료!" 등등


대놓고 하는 홍보에서 깨알 같은 제 홍보글이 죄다 자랑으로 보였나 봅니다.


"허허허"


하다가 문득, 머리 뒤에서부터 올라오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인스타 전문가들도 별 신통치 않던데.'


그들이 내린 처방이 워낙 감각이 없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아이에게 물었어요


"그럼 엄마 어떡하지?"


"엄마가 좋아하는 거 올려 봐!"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제 인스타에 제가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 노래 등등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낸 적이 없더라고요. 매일 글 쓰러 갑니다. 이 책 추천해요. 등등. (책꿈샘이란 콘셉트에 맞게 쓰기 바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는 말에 충실하게 반응하고 있었죠.


오늘 아이의 조언대로 처음으로 좋아하는 가수와 배우에 대해 인스타에 글을 올렸습니다.


약간의 해방감 같은 게 있더라고요.




학교 밖을 나와, 결심한 게 있는데요.


"상하조직 안에 나를 가두지 말자!"


였어요. 항상 누군가의 권위와 지침, 전달이 있었던 삶이라 이제 벗어났으니 조금 가볍게 살자였다는 나와서는 열심히 인스타 지침에 따르는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여유를 갖고 살아가보겠습니다.


홍보하는 인생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드러나는 인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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