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교사 이야기 4
최선을 다하되,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라!
학교 세상도 힘들었는데 나오니 마찬가지로 힘들다는 걸.
세상 행복하고 편안한 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인스타를 보면 모두 편안하고 좋아 보이던데.
얼마나 수완도 좋은지. 일이 몰려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읽다가 내 세상과 상관없는 이야기 같아 무척 부러웠어요.
나 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일까?
나 빼고 모두가 걱정이 없나?
그런데 사업을 하는 사람들 카페에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힘들다고 해요.
세상의 반은 힘들다 외치고 세상의 반은 행복에 겨워하니 저는 그 어디쯤 서 있어야 할까? 혼자 생각에 잠겼어요.
무엇이 진짜인지가 분간이 안됩니다.
나이 마흔 중간하고도 조금 꺾인 지금,
이 시기에 이렇게 20대 중반의 진로 고민을 할지 몰랐어요.
며칠 전, 퇴직한 저를 독려하고 걱정하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요즘 뭐 해?"
"진로 고민해!"
"뭐?(이 나이에!)"
"뭐 먹고살아야 할지. 밥벌이 걱정 중."
"지금 잘하고 있잖아! 강의도 하고. 아이들 독서 수업도 하고. 도서관도 나가고. 뭐가 걱정이야?"
"그러니 걱정이야. 이게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계속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까."
"프리랜서니까 그렇지! 그런 줄 모르고 나왔냐?"
팩트 폭격을 당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어요.
알고 나왔지만 아는 거랑 진짜는 달랐다는 말을 해야 할지.
알았다고 말하면 왜 징징대냐고 할 것 같고.
알긴 아는데 이만큼인 줄 몰랐다고 하면 사전 조사가 덜 된 걸 인정하는 꼴이니.
다른 화제로 돌렸어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프리랜서의 삶이 쉽지 않다는 것.
무형자산을 창출하는 지식 프리랜서의 삶이 끊임없는 지식의 생산을 요구할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다만, 제가 몰랐던 게 있는데요.
그건 딱 하나!
저는 잘 될 줄만 알았다는 것.
그런데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미처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자만심.
그리고 막연한 자신감이 지금 제 발목을 잡네요.
우리는 뭔가를 할 때 대책 없는 근자감보다는
때로는 예리하고 뻣뻣한 염세적인 생각도 필요하다는 것을.
"최선을 다하되,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라!"
퇴직을 결심하고 있다면, 이 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 퇴직 후 걱정을 덜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퇴직 결정 전에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퇴직을 보류할지 아니면 결정할지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답니다.
오늘부터 저는 걱정을 좀 덜 해 보겠습니다.
친구랑 통화하면서 제가 다시 걱정이 많아졌다는 걸 감지했거든요.
학교에 있는 20년 동안 고용 안정성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컸다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 세계는 이미 닫혔고, 저는 새로운 세계를 열었으니
이 세계에서 안정감이 뭔지 그 실체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한 번 찾아서 세계 탐험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걱정은 좀 덜어내고요.
*조금 있으면 8월 명퇴 소식이 들려오겠죠. 친한 친구 두 명이 모두 명퇴 신청을 했습니다. 모두 원하는 결과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새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