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교사 이야기 6
순필(순수하게 글쓰는) 시간이 필요해순필(순수하게 글쓰는) 시간이 필요해순필(순수하게 글쓰는) 시간이 필요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필요하고 그래서 혼공 시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글을 잘 쓰기 위해 스스로 글을 쓰는 시간, 즉 순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아! 내가 지금 미미하게 글을 쓰는 건 순필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서 그렇구나!'
그거였어요.
오랫동안 작법서를 읽고, 비싼 글쓰기 강좌를 들어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못 느꼈는데. 결국은 돌아 돌아 기본기로 오네요.
지금 쓰는 사람이 작가!
그 말은 진리였어요.
퇴직 후,
사람들이 자꾸 물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글 쓰려고 퇴직한 거죠?"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친분이 없는 분이 그렇게 물으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죠.
구구절절 퇴직 사유를 말하기도 번거롭고 스스로 위안도 안 되는 상황이라.
하지만 정말인지 나 스스로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 그만둔 거야?'라고 자문할 때 고개를 절레 흔들게 됩니다.
제 주변 작가님 중에 책을 여러 권 내고 편집자가 같이 책 내자며 절절하게 메일을 보내게 만드는 분도(그만큼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이자 다작의 작가이기도 한 분들)
늘 밥벌이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래 하던 일 번역 일로, 강사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감히 전업 작가의 꿈은 꾸지 못하고 그저 예전보다는 조금 더 쓰겠지! 잘 쓰겠지! 열심히 쓰겠지! 막연하게 생각만 했어요.
현재 퇴직 4개월 차, 바쁜 학교 일상 속에서도 네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정작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지금, 저는 책 한 권도 출간하지 못했어요. 4개월 동안 한 권의 책도, 단편 동화 한 편도, 구상한 소설의 매듭도 짓지 못한 채 이렇게 살아가는 건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쓰고 있어요'라는 변명 따윈 절대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된다는 걸. (거짓말 하지 마!)
며칠 전부터 순필 시간을 체크하고 있어요.
결과는 처참하고 왜 4개월 동안 글을 못 쓰고 있는지 알았어요. 하루 30분 이상 작업하는 글도 없는 날을 보며 '네가 글 쓰는 사람 맞아?'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작가마다 글을 쓰는 루틴이 다 다르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의 루틴을 훔쳐보면 어쨌든 순필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거였어요.
앞으로 순필 시간을 더 늘리는 쪽으로 꾸준히 20매 쓰기 쪽으로 글 쓰는 루틴을 잡아야겠어요. 이러다가 전업 작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죠.
제가 20년 차에 퇴직을 할 줄 몰랐던 것처럼.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제가 강사가 될 줄 몰랐던 것처럼.
일단 주사위를 던지고 원하는 지점까지 걸어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겠죠. 그게 삶을 살아가는 재미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