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교사 이야기 8
동료교사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같이 학교 밖을 나온 동지가 되었네요.
뭔가 든든하기도 한데 무척 아쉬운 마음, 이 마음은 뭘까요?
좋은 교사였다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교직을 나온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이 이중적인 마음이 서글픕니다.
학교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았더라면,
좀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면,
사회가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지금은 입을 다물고 싶습니다.
중요한 건 집단의 보호막도 사리진 지금, 저와 명퇴 동지들은 개인으로 잘 살아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더 크니까요. (솔직한 심정)
아침에 친구로부터 톡이 왔어요.
-00강의 있는데 어때?
앞으로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하기에 친구가 출근 시간에 가타부타 말도 없이 툭 강의 정보를 던져 줍니다.
-괜찮아 보이는데? 뭐든지 배우면 좋지. 배우고 하나라도 행동으로 옮기면 값어치 하는 거라 봐
-앗, 아침 시간이었네. 몰랐다. 다음에 또 얘기하자.
서로 알게 모르게 배려하는 시간인 줄도 모르고 톡을 한 거 보면, 밤새 친구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알 것 같아 괜찮다는 말과 함께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또 어제는 명퇴를 앞둔 다른 친구의 연락을 받았어요.
-연금 어떻게 해? 일시금? 반반? 그런데 일시금 받아서 어떻게 하지?
- 배당주에 넣는 사람도 봤고. IRP에 가입하는 것도 봤고. 공제회도 이용하고 등등.
-그래? 알았어. 좀 더 고민해 봐야지.
두 동지에게 해 줄 말이 있어 다행이다 싶어요.
한 자리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나오면 모르는 게 정말 많잖아요.
이때 한 발 먼저 가 있는 사람의 말과 경험은 조금 힘이 되거든요.
올해 밖으로 나오니 훨씬 제가 체감했던 것보다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챗GPT 비서가 있어 수백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거뜬하게 해 내는 1인 사업가가 있고, 새로운 마케팅과 뉴스레터로부터 듣는 정보, 노션 활용 등 배워야 할 게 많아서 처음에는 호기심에 훅 했다가 요즘은 멍 때릴 때가 많아졌어요.
멍 때리면서 뭘 해야 하지? 배움의 순서도 뒤죽박죽이 될 때, 쉬어야 할 타이밍인가? 싶다가도 세상 변화의 뒤꽁무니만 쫓는 것 같아 조급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같이 비슷한 과거 경험을 갖고 있고 앞으로 비슷한 경험을 할 사람들이 옆에 생기니
덜 답답하고 덜 외롭고 덜 조급해져서 좋습니다.
누군가 애타게 굴면
누군가 괜찮다고 말해 줄 거라 믿기에.
그러니 괜찮다고 말해 주세요!
나의 동지들, 명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