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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샘 Jul 24. 2024

방학이 없는 프리워커의 삶으로!

학교 밖 교사 이야기 9

방학이 없는 프리워커의 삶으로!

"엄마, 오늘 방학했어!"


초 5학년 딸아이는 여름 방학만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예전 같았으면 저도 이렇게 말했겠죠.


"엄마는 어제 방학했지롱!"


교사였을 때 아이 학교보다 하루빨리 하거나 하루 늦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늘 제가 먼저 방학하기를 바랐어요.


아이가 어릴 때는 더욱 간절했고요.


또 아이보다 먼저 방학하면 하루라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명퇴 아이의 방학을 맞이하니 뭔가 기분이 밍밍한 게 이상합니다.  


"엄마는 방학이 언제야?"


교사였던 엄마와 프리워커의 삶을 사는 엄마가 늘 헷갈리는 딸이 오늘 이렇게 묻네요.


"엄마, 방학 없거든!"




교사였다가 프리워커로서의 삶을 사니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1. 출, 퇴근 시간이 없다.


2. 점심시간에 혼밥을 주로 한다. 대신 조용하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확인 가능하다.


3. 입이 덜 아프다. 대신 손가락이 아프다.(글을 써야 하고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으니까요)


4. 휴대폰 보는 게 자유롭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휴대폰 사용이 어려웠는데. 24시간 끼고 있어도 괜찮다. 대신 눈이 나빠지고 팝콘 브레인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자제해야 한다.


5. 17일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17일만 되면 괜히 서글프다. 월급이 안 들어오는 17일이라니!


6. 은행 오전 업무가 가능하다. 병원 진료도 가능하고 도서관 출입도 가능하다. 즉 오전 시간이 프리해서 좋다. 그러나 집에서 자꾸 잡무를 시킨다.


7. 은행 대출 금리가 급상승했다. 심지어 빌려주지도 않는다. 카00 뱅크에 마음 상했다. 대출심사에서 늘 통과였던 심사 부적격 판정까지 나옴. 개인 사업자는 대출이 상당히 어려움.


8. 돈이 들쭉날쭉하다. 통장에 0일 때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커피값과 점심값은 더 든다. 물가에 민감도를 넘어 화가 난다.


9. 겸직이 가능해서 도전만 하면 다 할 수 있지만 도전만 안 하고 있어 뭔가 미안하다. 스스로에게.


10. 방학이 없다. 따로 휴가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휴가를 주지 않아서 스스로 창출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안 하면 연중무휴로 일을 하든지 연중 유휴로 살아야 한다.


등등.


열 가지만 적어 보았습니다.


학교 밖을 나오면 쓰나미급 변화를 예고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렇게 소소하고 번잡스럽고 또 애매하기도 한 변화도 있습니다.


그런 변화에 너무 예민하게 굴 필요도 없더라고요. 그냥 동전의 양면처럼 밝은 면만 보면 이 또한 즐거운 거고, 그림자면만 보면 투덜대는 거라 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 건 나의 몫이겠지요.


오늘 저의 입장은 밝은 면입니다.


나에게 방학은 없지만.


방학을 사랑하는 딸이 있고


방학을 추억할 수 있는 교사였던 내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프리워커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방학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는 일이 있고 없고가 더 중요하게 되었답니다.


한 번씩 강연 의뢰가 들어오면 행복하거든요. 요 며칠 계속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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