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교사 이야기 11
이번 추석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퇴직하니 좋아?"
"퇴직하고 뭐 해?"
"퇴직하니 어때?"
비슷한 질문을 저녁상을 차리다가, 티브이를 보다가, 딴짓을 하다가 훅 들어오니 대답이 파바박하고 떠오르지 않았어요.
질문을 하는 분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니 말이 어버버 하게 나오더라고요.
가족 중에 초등교사도 있고, 학원 강사도 있고,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사는 친정맘까지 있으니 대답에 신중해졌어요.
그렇다고 매 순간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답을 달리할 만큼 센스가 많이 장착된 상태도 아니고, 또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퇴직 후 나의 역동적인 삶의 변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가장 무난한 대답을 찾았습니다. 팩트에 기반했기도 했고, 그리고 들었을 때 누구나 좋을 대답!
"퇴직하니 건강이 좋아졌어요. 운동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퇴직 후 첫 건강 검진에 늘 안 좋았던 간 기능 수치가 처음으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걸 고무적이었어요. 의학 지식은 없지만 추리건대 술 한 잔도 못 마시는 제가 간 수치가 안 좋았던 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봅니다.
교직 생활 중, 원인 없이 시달린 두드러기, 만성 피로, 부정맥도 사라졌거든요.
"건강이 좋아졌다니 다행이야."
"건강이 최고지!"
그렇게 정답게 질문과 답이 오고 가면 좋으련만. 꼭 더 묻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운동 말고. 또 뭐 해?" (아, 강의도 하고, 글도 쓰고...)
"돈은 잘 벌어?" (아, 월마다 들쭉날쭉합니다만)
"얼마 벌어?" (아, 얼마 벌더라? 교사 월급보다 적기도 하고 어떨 때 좀 벌기도 하고...)
속으로 집에 가고 싶다, 퇴직 후 첫 명절은 너무 어렵다. 퇴직하면 이런 질문을 많구나!
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 그러고 보니
퇴직하니 어때요?
라는 질문은 제가 퇴직했다고 말하는 순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긴 했어요.
그게 명절이라 더 몰아서 온 것뿐.
그러니,
퇴직을 앞두고 있는 분들은
이에 대한 솔직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퇴직하니 건강해서 좋습니다."
제가 찾은 무난한 대답입니다.
저는 이 솔직한 대답을 유지하기 위해 진짜 건강해야겠어요! 열심히 운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