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엉덩이공부, 그리고 한 권의 책
몰입을 실험했던 진짜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교통사고로 상당기간 재활 중 공무원 시험을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그러시듯, 온라인 강의를 따라가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저는 오히려 수능 1타 강사들의 쓴소리 영상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님의 강의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가 한다.”
그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책상 위에 스톱워치를 올려두고, 얼마나 오래 자리를 뜨지 않고 집중할 수 있을까를 실험했습니다.
그렇게 측정한 저의 최장 집중 시간은 4시간 19분이었습니다.
스톱워치를 멈추고 일어나려는 순간,
골반에서 올라오는 묵직하고 찌릿한 통증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책상에 앉아
멈춰있는 스톱워치를 보고는
"4.19 혁명?"
그래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2년 간의 주경야독으로 공부량이 부족하다 느끼고 큰 결심 끝에 충북 영동에 위치한, 폐교를 개조한 고시촌에서 지냈습니다.
그곳에서의 하루는 ‘순수 공부 시간 13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수면, 식사, 화장실, 빨래, 저수지 산책 30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몰입 가능 시간’으로 구조화한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20년 넘게 피워오던 담배도 끊었습니다.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는 하나도 허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몰입이라는 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몰입’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건,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너무 감명 깊어서 교수님께 직접 이메일을 드리기도 했었지요.
당시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본 장면도 기억납니다.
초등학생들에게 고학년 수준의 수학문제를 장시간 몰입하게 했던 실험.
그리고 몇몇 학생들이 결국 스스로 그 문제를 풀어냈던 순간.
저는 그 장면이 부러웠습니다.
언젠가 저도 그런 몰입의 세계를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저는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몸보다도 마음이 먼저 무너지고 지쳐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몰입을 향한 갈망은 제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고, 몇 년 뒤 고시촌의 스톱워치 위에서
그 갈망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증거’입니다
저는 이 책을 전략적 상품처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럴 여유도, 그런 시도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하루를 구조화했고
그 구조 위에 조심스럽게 몰입 루틴을 하나씩 얹었을 뿐입니다.
낡은 맥북에 기대어,
초안을 그렸고,
낱장의 실습을 설계했고,
그림을 고르고,
텍스트를 맞추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구도 저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외로웠고, 시간은 늘 부족했고,
술이 마시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혼술로 넘기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이 책은 설계된 책이기보다는,
버텨낸 하루의 흔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여러분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제 삶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몰입을 갈망해 본 적 있는 모든 분들에게
단 한 번의 체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선을 따라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기만의 몰입 루틴’을 설계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제가 이 책을 만든 유일한 이유입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자신만의 몰입을 실험해 보실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