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전공이 식품공학과이다 보니 아무래도 학과 사람들은 밥 먹는 데 진심인 사람들이 많다. 점심으로 먹을 메뉴를 등교한 9시부터 친구들과 고민하기 시작하고, 실험실에 들어간 지금은 외식데이가 있는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사실 한국 사람 대부분이 밥 먹는 데 진심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한 경향은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인사말이 ‘밥은 먹었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밥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유대’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밥에 담긴 유대의 의미를 두 글자로 압축한 단어도 있다. 바로 ‘식구’이다. 국어사전에 식구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그 정의가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또는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즉, 식구라는 단어에는 밥을 함께 먹을 정도라면 가족만큼 가깝다는 뜻이 담겨있다. 밥의 맛보다 누구와 함께 밥을 먹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이 단어가 주는 따뜻함이 참 좋다.
한편, 대학에 들어오면 서로 다른 수업을 듣기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렇다면 혼자 밥을 먹을 때에는 밥이 주는 유대의 감정 대신 따뜻함을 느낄 방법이 없는 것일까? 그럴 때는 정말로 ‘온도’가 따뜻한 음식을 밥으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맛을 느끼고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밥을 먹지만, 내가 밥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밥에 들어있는 온도를 먹는다는 생각도 있어서이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팔에 찬기가 남아 있는 상태로 따뜻한 밥을 먹으면 밥이 가진 온기가 식도를 타고 내 몸 곳곳으로 퍼지고 긴장이 풀린다. 그 후 한숨을 쉬어주면 놀랍게도 오후 수업에 갈 힘이 생긴다.
3학년 2학기가 되고 할 일이 늘어감에 따라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것을 하루하루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딱히 돈을 투자하지 않고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진다니 이만큼 기분 전환에 좋고 단순한 방법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많은 과제에 깔리고 바쁘다고 하더라도 점심·저녁 식사 시간만큼은 사수해서 꼭 따뜻한 밥 한 끼 먹기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