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프로젝트 담당자
신입사원 1년 차. 나의 첫 직장에서 첫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폴란드로 출장을 왔다. 그동안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에서 많은 테스트를 하며 제품을 개발해 왔지만, 폴란드에선 개발한 제품을 공장에서 만들어 고객에게 바로 제공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모르면 물어보면 되었지만, 폴란드는 혼자 와서 물어볼 사람도 없어 떨렸다.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개발했던 제품을 양산까지 잘 마무리해서 고객에게 제공한다면 뿌듯할 것이라는 생각이 나의 책임감을 불태웠다. 그렇게 처음 와보는 유럽에 설레기도 하면서 나의 첫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생각에 떨렸다.
숙소에 짐을 두고 산책하러 나가니 사진으로만 보던 유럽의 건물들과 외국인들을 마주하니 설레었다. 아파트 숲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하늘과 건축의 역사는 모르지만, 고대 건축물처럼 느껴지는 처음 보는 건물들이 유럽에 온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또 걸을 때마다 들리는 영어와 폴란드어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 반복되며 지겹던 회사생활 도중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것이라는 느낌이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취업하고 안정감을 받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자유롭지 못한 회사생활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회사를 다녀보니 왜 다들 대학생 때가 좋을 때다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대학생처럼 2달간 쉬는 방학도 없고, 마음대로 나돌아 다닐 수도 없는 회사생활이 따분하게 느껴졌다. 부모님들은 어떻게 이렇게 지루한 회사를 몇십 년을 다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가정의 아버지인 한국 지사에서 옆에 앉아 계시는 책임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구글맵을 열어보니 르넥이라는 곳에 있었다.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강남, 연남동, 홍대 등 인구 밀집 지역이 여러 군데가 있지만, 유럽은 르넥이라 부르는 광장에 모이게 된다. 르넥은 건축가들이 건물을 지을 때, 깔맞춤을 신경 썼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스텔 색상의 건물들이 감성을 자아냈다. 유럽의 감성을 느끼던 와중에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하나둘 우산을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 유럽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고 다닌다고 해서 나는 우산을 챙기지 않았는데 그 말은 옛말이구나라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유럽을 즐기자는 생각과 함께 나는 우산을 사지 않고 비를 맞기 시작했다. 르넥에서 숙소까지 걸으며 취업 후 있었던 기억을 하나씩 생각했다. 그동안 대학생 때부터 경험하고 배웠던 나의 가치관으로 회사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기억과 경험을 통해 더욱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