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이 넘어 결혼을 했다.
서른셋에 첫째 아이를 낳았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몸도 마음도 정신도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어버이날을 앞두고 미리 엄마, 아빠를 보러 가려고 준비를 했다.
아이 준비물을 빼먹지 않게 어깨끈이 달린 가방에 가득 담았다.
물티슈, 여분의 옷가지, 간식, 장난감, 모자, 손수건, 우유, 비상약, 휴대용 이불... 등등 지금 생각하면 참 바지런히도 챙겨 담았다.
이렇게 아이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엄마, 아빠 용돈을 드리려고 어제 찾아둔 현금을 담아갈 편지 봉투를 찾아나섰다.
정신없이 푸다닥거리던 마음이 봉투를 찾으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그것도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
그것을 생색이라도 내려는 듯 몇 번을 세고 또 센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도대체 틀릴 것도 없는 얕은수를 몇 번을 세고 있는 건지..
그러다 아차 한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거야!
순간 시간이 멈추고 나는 갈등이란 걸 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챙겨둔 현금을 봉투에 생각 없이 집어넣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이게 뭘까? 도대체 이게 뭐지?
어딜 감히... 내가 감히...
내가 엄마, 아빠께 드릴 용돈봉투에서 몇 장의 현금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다.
집어든 몇 장의 현금이면
내 아이 옷을 한 벌 살 수 있는데...
사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사줄 수 있는데...
아이랑 외식을 할 수 있는데... 하면서
무게중심이 이만큼 이동하고 있었다.
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싶어 준비한 현금을 그대로 봉투에 집어넣고 서둘러 차를 타고 친정으로 향했다.
환히 반겨줄 엄마, 아빠를 보러 서둘러 향해 가는 그 길에서도 나의 머릿속은 나도 모르는 무의식 상태에서 갈등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사이 친정 마을 회관어귀에 차는 도착했고 집으로 가기 위해 아이를 챙기고 짐을 들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우습게도 준비한 봉투에서 결국 몇 장의 현금을 꺼 집어내어 내 바지 주머니 속에 챙겨 넣었고 나는 뻔뻔하게도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엄마를 향해.
일찌감치 이 어처구니없는 딸을 맞이하려 마중 나온 엄마를 향해.
한껏 손을 흔들었다.
엄마는 이런 딸이 왜 이리도 기다려지고 보고픈 걸까?
“딸아! 그것은 마땅히 당연하다!”라고 엄마는 말한다.
당연하다!
국어사전 : (형용사)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
엄마언어 사전 : 나는 흘려보내고
너는 그러기 위해 채우는 것
엄마는 벌써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너로 인한 행복이
이미 가득이라 엄마 항아리에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담지 못하고 흘려보낼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미안해하거나 죄스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는 너의 그런 마음도 더 이상 담아둘 수가 없단다.
엄마는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이 항아리가 그저 감사할 뿐.
너도 언젠가는 더 이상 담을 수 없어 흘려보내게 될 테니 염려 말고 지금은 너의 항아리를 행복으로 가득히 채우기만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