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남편과 산책을 한다.
이사 온 뒤 달라진 일상 중 가장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남편이 게을러진 이후 찾아온 대체 공유인 것이다.
게으름에 따라오는 염려와 걱정도 있지만 이렇게 함께 여기저기 하루의 반나절을 온전히 함께 나눌 수 있음은 게으름이 주는 선물일까 한다.
오늘도 우리는 산책길에 나섰다.
요 며칠 선선하던 기온이 어느새 훅 더위를 달고 왔다.
따사롭기보단 따끔한 햇살에 오늘은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장착을 하고 산책을 나섰다.
목적지를 정해두고 하는 산책이 아니다.
그냥 우리는 서로의 한계치를 공유하기에 한계치를 넘어서지 않을 만큼의 적절함 정도만 생각을 하고 걷는다.
걷는 동안 서로에게 방해 없이 걷는다.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팔짱을 옅게 끼고 걷기도 하고
각자 독립된 채로 걷기도 한다.
걷는 동안 우리는 멍 때리기도 하고
잠깐의 수다를 피우기도 하고
풍경을 보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옆에 있으니 일정한 텀이 지나면 자연스레 살피게 되고 상태를 물어온다.
차 한잔 할까?
물 한병 살까?
앉았다 갈까?
뭐 좀 먹을까?
잠깐 멈춰쉴까?
이런 물음이나 살핌이 참 좋다.
귀찮거나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참 좋다.
옆에 있어 편안한 우리가 참 좋다.
나는 남편에게 종종 말한다.
"하늘! 나는 우리가 칠십팔십구십에도 지금처럼 나란히 손잡고 산책할 수 있기를 바래.
나는 자기가 참 좋다."
남편은 코평수를 넓히고는 피식 웃고 만다.
그치만 나는 이제는 안다.
'남편도 지금이 참 좋구나!'
우리는 한 참을 걸어서 집 주변을 한 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주변 가게를 구경하면서 자잘한 수다를 피운다.
그러다 지나는 골목에 자리한 꽃가게 앞에 멈춰 섰다.
참 예쁘고 탐스런 꽃들이 가득이다
한 참을 살펴 구경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 움큼의 꽃을 구입했다.
한 손에 꽃을 쥐고
한 손에 남편 손을 잡고
걷는 이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한껏 사랑스러움을 뽐내고 돌아온 나는 유리병에 한 움큼의 꽃을 무신경한 듯 담아 놓아 두었다.
내 일상에 이런 풍요가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