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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띵두 Jun 15. 2024

울 엄마

습득의 기술

엄마는 참 재주가 많으셨다.

못하는 게 없던 우리 엄마였다.

엄마는 동짓날엔 동네 풍물단 놀이패에서 꽹과리를 치거나 장구를 치거나 소리를 하거나 아무튼 그해 가장 중요한 자리는 엄마의 몫으로 정해졌고 엄마는  열정 가득한 흥겨움으로 진정 그 시간을 즐기셨다.

엄마의 꽹과리 소리, 장구 소리, 집집 앞마당에서 덕담을 노래하던 울 엄마가 나는 참 좋았다.

멋있었다.

동네 행사가 있는 날도 울 엄마의 돋보임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엄마를 찾는 곳도 여기저기.

엄마가 있어야 어느 자리든 그자리가 빛을 발하고 유쾌했다.

어디 그뿐인가 울 엄마는 스포츠댄스도 곧잘 추셨다.

을회관에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무료강습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우수 학생으로 선정될 만큼 잘하셨다.

게이트볼도 엄마는 참 잘하셨다.

그리고 젊은 날에 미용기술도 한 몫하셨다고 했다.

거기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흥겨움과 긍정적 마인드까지 두루두루 갖춘 울 엄마는 세상 제일 멋진 엄마였다.

인물 또한 빼놓치 못한다.

울 아빠는 엄마를 지나는 길에 한번보고 잊지 못해 기다려 다시 만났고 그렇게 결혼했다고 했다.

시집 오던날 동네에 복사꽃이 피었다고 동네는 참 많이도 시끄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울 엄마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배움이었다.

엄마는 초등학교만 다녔다고 하셨다.

그래서 당신은 늘 문자에 약하다고 생각하시고는 배움이 큰 이들에게는 다소 의기소침해지셨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엄마는 종종 우리들에게 얘기했었다.

'나는 너그들이 제일 부럽다.

배울 만큼 배웠는데 세상 무엇이 무섭겠노.

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데 너그들은 세상 앞에 기죽지 말고 뭐든지 해라. 할 수 있다.. 이 엄마를 봐라 초등학교만 나와도  이래 잘 살잖아..

그런데 하물며 대학공부까지 한 너그들은 뭔들 못하겠노. 뭐 든 할 수 있다. 넓은 세상에서 크게 살아라'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그랬다.

배운 거랑 그게 뭔 상관일까라고 말이다.

그치만 엄마의 그 두려움을 나도 이제는 안다.

앎이 가져다주는 자유가 무엇인지도 지금은 조금 안다.

무엇이든 잘하고 자신감 넘치던 우리 엄마.

무슨 일이든 기분 좋게 하시던 우리 엄마.

어떤 것이든 긍정적인 해석을 풀어내던 우리 엄마.

그런 우리 엄마가 부러워했던  대학을 나온 딸.

그 딸은 세상이  온통 불안이었는데 엄마는 그런 딸이 제일 부럽다고 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큰 힘이 있고 젊음이 있으니 그것만큼 부러울 게 없다고 말이다.

그런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그 모든 걸 그렇게 잘할 수 있어?

나는 금세 뭐든 해내는 엄마가 참 신기하고 부러운데'

그랬더니 엄마는 내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이고 니도 알다시피 내가 배움이 약하니까 글도 요령도 없다 아이가  그러니 가르치는 선생들 하는 거를 잘 살피는 거지.

눈을 요렇게 해서 유심히 찬찬히 살펴보면 대충 따라 할 수 있거든.

그럼 내 혼자 연습하다 보면 된다 아이가.

눈을 요렇게 뜨고 미친 듯이 보는 거지.

요렇게 말이다.

특별날 게 없다.'


엄마의 그 표정.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엄마의 요렇게의 집중력은 강력했고 나는 그날 엄마의 요렇게를 배운 것이다.

엄마가 세상을 익혔던 바로 그 습득의 기술을 내가 그 날 용케 배운것이다.

요즘 들어 그동안 나도 모르게 내가 세상을 요렇게 살피면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런 멋진 엄마가 울 엄마라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를 닮아 매일의 일상이 녹녹지 않아도 나는 이런 일상이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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