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많은 관계들과의 사이에서 참 무수히 많은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까지도 그것에 대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그 이유를, 내 의도를 있는 그대로 매번 설명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하니 때로는 오히려 반문을 해보기도 한다.
어떻게 받아들였고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묻게 된다.
그럼 상대는 내게 얘기하지만 그것은 나의 말과 행동과 생각의 이유와는 상관없는 상대의 감정일 뿐이란 걸 알게 된다.
감정이 틀어지고 감정이 미화되고 감정이 부풀어지고 감정이 왜곡되어지니 내 이유와는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황은 지 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가까운 이들과의 사이에서 그들이 한 번씩 훅 치고 들어오는 앞뒤 없는 몸뚱아리 질문에도 이유를 잘 설명해 보려 나의 근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 두는 연습을 하게 된듯하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제대로 알아줬음 한다.
누군가는 상대와의 관계를 잘 만들고 유지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잘 살피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의 상황을 인정하고 공감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 상대를 안다는 그것이 쉽지 않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어 두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알아가기로 했다.
남보다는 나를 알고 나를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이치에 맞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또 누군가는 전체를 살펴 아우를 수 있으면 세상 사는 게 쉬워진다고 했지만 나는 전체를 아우를 만큼의 지식도 지혜도 없으니 나는 그냥 작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한 나에 대해 알고 나를 잘 설명해 낼 수 있으면 세상을 이해하기가 수월해질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가족, 친구이지만 나는 문득 그들이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한다.
그들도 어쩜 자신을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설명해 준다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로 족한데 그러하지 않고 내식으로 그들을 설명하려 하니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낯설어진다.
그래서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그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혹여나 그들이 나를 떠올리고 나를 생각할 때 나를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이 나를 만나고픈 어느 순간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때에 이런 군데군데 담겨진 나를 보고 읽고 그래서 좀 잘 알아줬음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럼에 나는 나를 관찰하고 나의 생각과 감정과 반응을 기록해 보려 한 것이다.
그동안 그 기록의 방법이 모호했지만 지금은 그 모호한 방법을 조금은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서툴고 서툴고 서툴지만 나는 나에 대한 질문에 나를 설명할 목적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고 나를 알고자 할 때 그들이 나를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사랑하는 그들이 나를 친숙하게 편안하게 기억하기를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