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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띵두 Jul 27. 2024

나는 효녀다.

맞다.

나는 효녀다.

내가 나를 효녀라 칭하는 것은 내 어린 시절 한 편의 에피소드로도 충분할듯하다.


7살 즈음이지 싶다.

이때 나는 곤로불에 냄비밥을 지었다.

엄마 아빠는 일을 하셨을 테고 언니 오빠들은 나이차가 있어 나름 다들 바쁘고 귀가 시간이 늦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쯤부터 밥을 했지 싶다.

엄마가 시켜서는 아니었고 자발적으로 밥을 지었지 싶다.

엄마가 일터에서 돌아오시면 허겁지겁 쌀을 씻고 저녁밥을 지으시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질 않았었나?

아님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이셨나?

그것도 아니면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엄마아빠께 웃음을 주려고?

... 그래 세 번째인듯하다.

지금 나의 기질로보면 분명 세 번째이지 싶다.


그러한 마음으로 밥을 지었고 갓 지은 따끈따끈한 새 밥은 밥공기에 잘 담아 찬장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엄마아빠 돌아오시기 전에 서둘러 동생과 나는 아침 식은 밥을 밥그릇에 나누어 담아 몇 가지 조촐한 밑반찬으로 저녁을 미리 챙겨 먹었었다.

그러면서 나는 동생에게 언제나 이렇게 얘기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도 강요인 것을.

'엄마아빠는 우리를 위해 힘들게 일하고 오시니까 따뜻한 밥을 드셔야 하고 그렇다고 이 밥을 남겨두면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까 너랑 나는 이 밥을 먹는 거야.

그니까 투정 부리지 말고 맛있게 먹어.'

그렇지만 동생도 따뜻하고 포슬포슬한 부드러운 새 밥을 먹고 싶었을 것을 안다.

나도 딱딱하지 않은 새 밥을 먹고 싶을 때가 있었으니까 밀이다.

그래서일까?

누나말에 잘 따르던 동생도 인내력이 바닥이 난 건지 그날 그냥 기분이 그랬었는지 하루는 저녁을 먹지도 않고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있더니 일하고 돌아온 엄마에게 울면서 일러 받쳤다

'나도 새 밥 먹고 싶은데 잔니(작은 언니)가 자꾸 나한테 식은 밥만 묵으라고 한다'라고 울면서 일러 받쳤다.


그날 저녁  엄마는 내 어깨를 잡고 두 눈을 마주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동안 엄마는 내가 일부러 이렇게 동생과 함께 식은 밥으로 저녁을 먹는지는 모르셨던 거였다.

그리고 동생덕에 이 날 저녁은 울던 동생도 나도 김이 폴폴 나는 따끈한 새 밥에 반찬을 올려 기똥차게 맛난 저녁을 먹었었다.


갓 지은 새 밥은 참 맛나다.

지금도 나는 전기밥솥에 밥을 짓고 다 된밥을 뒤적일 때 꼭 그 갓 지어진 새 밥을 살짝 떠서 호호 거리며 감칠맛 나게 먹는다.

그날 맛본 갓 지은 밥의 행복을 기억해서일까?

나에겐 이것이 세상에서 제일 맛나게 느껴진다.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7살에 냄비밥을 짓고 갓 지은 새 밥을 정성스레 담아 엄마아빠가  따끈하게 맛난 밥을 드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좋았다.

내 역할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기특해하고 고마워하시던 엄마 아빠의 미소만으로도 나는 참 행복했다.

지금도 나는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부뚜막에 앉아 냄비밥을 푸던 어린 나의 모습.

참 예쁘다.


저만치 거기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을 우리 엄마 아빠가 보고플 때,

내 일상에서 훅훅 엄마아빠의 그리움이 묻어날 때,

......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는 효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벼운 맘으로 양껏 그리워하고 보고파한다.

오늘도 나는 엄마랑 아빠가 보고픈 거다.

엄마의 토담토담과 아빠의 쓰담쓰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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