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엄마의 언어 5

by 떰띵두

얼마 전 남편, 아이들과 함께 저녁 외식을 했다.

우리는 다들 육식파라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과 이런저런 수다를 피웠다.

배불리 고기를 먹고 마무리로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방아잎 된장찌개가 나왔다.

남편과 나는 동시에 눈이 동그래져서는 이구동성으로 “아부지 된장찌개!”라고 소리쳤다.

낯선 곳에서 그리웠던 그 향과 맛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빠의 방아잎 된장찌개는 남편도 아빠로부터 몇 번 맛본 적이 있었음이다.

나 역시 아빠의 방아잎 된장찌개에는 잊지 못하는 기억이 하나 연결되어 있다.


고등학생 때, 되짚어 보면 엄마 나이 50대 초반 정도였을 어느 하루는 집 안이 비상상태였던 적이 있었다.

느긋하고 화내는 일이 극히 없으셨던 아빠가 극도로 예민해져 계셨던 하루였다.

토요일이라 일찍 집에를 왔고 평소 때처럼 나는 엄마를 소리 높여 찾았다.

그런데 엄마 대신 아빠가 조용히 해라 하시면서 엄마는 방에 누워있으니 엄마 찾지 말고 니 할꺼 니가 챙기라고 하셨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눈치를 살피게 되고, 아빠는 엄마를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하셨지만 도무지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하고 해서 엄마가 누워있다는 방안을 살짝 엿보았었다.

엄마는 이불을 깔고 덮고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아빠는 나를 잡으며 나지막하고도 단호하게 부르시면서 “문 닫아라!”라고 하셨다.

풀리지 않는 묘한 분위기만 느끼면서 내 방에 들어갔고 분위기에 짓눌려 밖에도 나오지 못하고 그냥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난 뒤 아빠가 나를 부르셨다.

나보고 마당에 가서 방아잎을 좀 따오라고 하셨다.

나는 양손 가득 방아잎을 따서 수돗물에 대충 씻은 후 아빠께 드렸고 아빠는 그걸로 그날 저녁밥상에 방아잎 된장찌개를 끓여서 올려주셨다.

분위기는 오묘했지만 나는 그날 처음인 듯 아빠가 끓여주셨던 방아잎 된장찌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신기하게도 너무 맛있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아빠는 엄마가 몸살이 나서 좀 아프다고 하셨다.

그러니 앞으로는 자기 일은 스스로 해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날까지 내 기억에는 엄마도 아빠도 아프다고 하시면서 이부자리 깔고 누워계셨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싶다.

다음날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날 이후로 가끔 나는 아빠의 방아잎 된장찌개, 매운탕, 오뎅볶음..뭐 그런 것들을 맛볼 수 있었다.

나는 며칠 후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제 괜찮아?”라고

엄마는 무덤덤히 대답하셨다.

“응!”

나는 “어디가 아팠어?”라고 물었고 엄마는

“그냥 아팠어!”라고 말했다.

이 날은 엄마가 아프다고 자리피고 누운 것도 처음이고,

내 인생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은 아빠의 방아잎 된장찌개를 맛본 것도 처음이었다.


아프다!

국어사전 :[형용사]

1. 몸의 어느 부분이 다치거나 맞거나 자극을

받아 괴로움을 느끼다.

2. 몸이 병이 나거나 들어 앓는 상태에 있다.

3. 오랫동안 어떤 일을 하여 몸의 어떤 부분에

괴로운 느낌을 받는 상태에 있다.


엄마언어 사전 :

나에게는 늙음의 횡포이고 너에게는 언제나

청춘의 아우성이면 좋겠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름 잘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