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거리다!

엄마의 언어 3

by 떰띵두

나에게는 장의 잘막한 삽화처럼 자리잡고 있는 모습들이 있다.

그 중 하나를 꺼내보면 내가 대학생이었을 땐가 싶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나른한 오후인 듯 하다.

우리집은 초가집을 뜯어내고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그 즈음에 보루꾸 집을 새로 지었었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탄탄한 아파트나 새련된 단독주택의 느낌은 아니고 그림책에 나오는 집의 모습에 방향을 따져보면 남서향집이지 싶다.

그러다 보니 오후 나절 방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가릴려면 문을 닫아야했고 마루앞 창문은 닫아도 투명유리라 햇볕을 가릴 수 없었기에 불투명에 울룩불룩한 모양의 창문으로 되어있던 방문을 닫아야만 했다.

게다가 엄마도 아빠도 언제나 일을 하셨기에 특별한 몇 번의 기억을 빼고는 낮시간에 방문이 닫혀있었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의 기억은 내가 학교에서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고 언제나 열려 있던 방문이 닫혀 있어 의아해 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는데도 방문은 열려지지 않았고 누가 왔는지도 모르는 듯 방안에서는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가 흘러 나왔다.

어? 엄만가?

(여기서 잠깐

참고로 엄마는 참 노래를 잘 부르셨다. 목소리는 꾀꼬리 목소리에 무슨 노래가 되었던 서너번 들으면 그 음을 익혀서 콧노래로 부는 정도였다.

가수 뺨치게 잘하셨다.

그에 비하면 아빠는 음치 중에 음치였다.

그런데 참 신기한건 엄마 아빠의 다섯 자식이 하나같이 탁월한 음치라는거다.

신기하고 우스운 일이다.)

나는 살며시 방문을 열고 빼꼼히 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엄마였다.

낮시간 이렇듯 나른한 오후를 여유롭게 보내는 엄마 모습은 그때가 처음이었지 싶다.

방바닥에 이불 한 장 깔고서 누워서는 발을 까딱까딱거리며 박자를 짚으면서 눈을 감고선 무슨 노래인지는 명확히 알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선뜻 ‘엄마! 나왔어.’라고 얘기 할 수 없었다.

나는 한 참을 그냥 그상태로 엄마의 흥얼거리는 노래소리를 듣고 서 있었다.

한 두어곡 정도가 끝났을때쯤 나는 엄마하고 부르면서 잽싸게 엄마 옆에 누웠다.

혹여나 엄마를 일어나게 하게 될까빠 정말이지 재빠르게 엄마 옆에 누웠다.

나는 연두부 같은 촉감의 엄마 배를 만지는 걸 좋아했다.

엄마 옆에 누워서 가만히 엄마 배위에 손을 올려놓고 흥얼거리는 엄마의 노래소리를 들으면서 잠깐의 럭셔리한 여유를 즐겼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여유시간동안 나는 엄마의 감긴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었던 걸 본 기억이 있다.

엄마가 흥얼거렸던 노래가~~


“~~오색등 불빛아아래 하아나 두울~~

~~산노을에 두우둥시일 홀로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마음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

참 예쁘고 고운 우리 엄마의 흥얼거림에는 당신에 대한 위로가 있었다는걸 이제는 안다.



흥얼거리다!

국어사전:

1. 흥에 겨워 계속 입 속으로 노래를 부르다.

2. 남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자꾸 입 속으로

지껄이다.

엄마언어 사전 :

나에게는 나를 향한 애틋한 위로이고

너에게는 인생의 찬란함을 맛보는 순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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