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한다.
옷장을 뒤적이다 옷장을 뒤집었다.
뒤집어 꺼내어 놓으니 산더미가 따로 없다.
감감히 잊어버렸던 낯선 옷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제대로 한번 입어보지 못한 듯한 새것 같은 옷들이 낯설 만큼 구석태기에 처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차곡차곡 개켜 정리를 하다 보니 이건 어찌 한번 입어볼 법하다 싶어 엉덩이뒤쪽으로 미루어 두는 것이 절반이다.
결국 산더미가 순서를 달리하여 다시 옷장 속으로 들어갈 판이다.
큰 맘을 한 번 먹어야겠다.
옷장을 정리하다 멈추고 슈퍼를 다녀왔다.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10장 사 왔다.
50리터 봉투가 제일 크다기에 그걸로 10장 사 왔다.
옷장에 다시 집어넣어 또 다른 산더미를 만드는 것을 멈추려 엉덩이 뒤로 미루었던 옷가지들은 눈 딱 감고 재활용 봉투로 집어넣었다.
내 것도 남편것도 아이들것도 마구마구 집어넣었다.
혹여나하는 미련까지 꾹꾹 눌러 담았다.
양껏 담고보니 재활용봉투 여섯장이 가득찼다.
급한대로 낑낑거리며 보따리는 베란다에 숨겨둔다.
허리가 뻐근하니 철판을 둘러댄 듯 허리를 피기가 어렵다.
아~~ 꼬부랑 할머니가 되려나 싶어 겁이 난다.
살짝 침대에 누워 허리는 긴장감을 풀고있는데 머리는 아직 복잡하다.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실 음식들을 끄집어내고 야채통 잡스런 봉다리봉다리 식품을 끄집어낸다.
와우!!!
이것 또한 산더미다.
하!!! 조금 부담스럽다.
살짝 겁도 난다.
이걸 어찌 다 정리를 한다지?
마음처럼 생각처럼 깔끔 정리를 하고픈데 몸이 살짝 지쳐하고 있다.
그래, 다시 담고 다듬고 정리하기보단 그냥 버려버리자.
그러하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버리고 냉장고를 깨끗하게 비워두기로.
그러고 나니 정리가 좀 수월해진다.
언제 적 것 인지도 모를 양념통들이 저쪽 안에 처박혀 있다.
아이고 이건 우리 아들내미 주려고 아껴둔 건데 양념 불고기도 인제사 꺼내본다.
말 그대로 아끼다 똥 됐다.
얼마나 갖다 버려야 할는지....
음식물 쓰레기통이 넘쳐날까 겁이 난다.
아니지 음식물 쓰레기장에 낯선 이들이 있을까 부끄럽다. 이 많은 음식과 식품을 버리는 모습을 누가 볼까 민망하다. 정리하는 손길이 분주한데 머리는 언제 버리러 가면 좋을지 시간을 가늠하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감당이 안되니 지금 당장 갖다 버려야겠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주변을 살핀다.
휴~~ 우
다행이다. 아무도 없다.
종종걸음으로 카트를 끌고 서둘러 도둑질하듯 음식물집하장에 후다닥 버리고 유유자적 걷는다.
음!! 잘했어
기분이 상쾌하다.
냉동실은 내일 정리해야겠다.
냉동실은 어제 냉장실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꺼내어 살피는 것도 생략하고 그냥 쓰레기통으로 퐁당.
냉동실에 웬 약재가 이리도 많은지 참!
겨우살이. 옻나무. 계피껍질.
엄마가 몸에 좋다며 챙겨준 것들인데 할 줄 아는 게 없고 게으른 탓에 냉동실에서 수년째 잠들어 있었던 거다.
버리자니 아깝고 엄마정성에 죄책감 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하게 찜박아 둔 것들이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라 과감히 버렸다.
냉동실에서 띠롱띠롱 소리가 난다.
한참 문을 열어 두었더니 경고음이 난다.
설렁한 냉동실을 키친타월로 잘 닦고 문을 닫았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화장실 청소다.
땀인지 물인지 온몸이 흥건하다.
비타민을 한병 들이마셨다.
쫓기듯 청소를 하게 된다.
화장실 벽면청소. 변기청소. 욕조청소. 세면대청소. 바닥청소 후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고 자잘한 물건들 정리정돈.....
아!! 아들님 화장실도 있다.
으~~~ 정말 이 노무자슥.
아이고 사서 고생이다 싶다.
이왕 범벅이 된 김에 기꺼운 마음으로 청소를 한다
이제 나를 씻어야겠다.
범벅이 된 내가 감당이 안된다.
깨끗한 욕실을 제일 먼저 내가 쓴다.
욕실청소한 티가 안 나게 될까 조심스럽다
사부작사부작 샤워를 하고 다시 한번 정리정돈을 한다
정갈해진 몸과 마음으로 잠깐 쉬면서 커피 한잔을 한다.
휴식이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병인가?
청정기가 눈에 들어온다.
아!!! 미치겠네.
어느새 쪼그리고 앉아 청정기를 분해하고 있다.
큰방 작은방 거실까지 그냥 두고 볼 땐 몰랐지만 막상 청소를 하려니 이건 왜 또 이리도 많은 건지..
정기관리를 받고 있지만 뭐가 신경이 쓰인 것인지 청정기를 헤쳐 모아하고 있다.
결벽증이라도 생긴 듯 욕실에서 어찌나 야무지게 먼지를 씻어내고 있는지......
나는 또 한 번 욕실을 청소해야겠구나 싶다.
멍청한 것이 일복을 키우고 있다며 자책을 해가며 열심히 세심히 먼지를 털어내고 쓸고 닦고 한다.
빨래통에 빨랫감도 수북이 쌓여있다.
아!!! 정말 이제는 좀 쉬어야 한다.
피곤함으로 미루어두었던 세탁물을 정리한다.
그러다 내친김에 이왕 세탁기 돌리는거 세너번 돌릴요량으로 침실 침구들도 이 참에 교체를 한다.
이부자리를 갈고 다듬다 보니 아이들 이부자리까지 모조리 정리한다.
시간 안에 해치워야겠단 욕심에 허겁지겁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게 된다.
세탁기 돌리면서 청소기를 돌릴려는데 또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손에 든 청소기를 거실 바닥에 내려두고 먼지떨이를 꺼내 들었다.
생전 하지 않던 전자제품. 스탠드 시계. 조명. 액자. 벽면이며 창틀. 현관 신발장 유리문까지 구석구석 먼지떨이를 세 차례 교체해 가면서까지 세세하게 숨어든 먼지까지 털어내고서야 내려둔 청소기를 집어 들고 윙윙 바닥먼지를 잡아먹고 있다.
아차차... 소파!!
다시 한번 청소기를 내려두고 소파를 뒤집는다.
기운이 빠져 소파 움직일 힘이 없다.
기진맥진. 비타민을 한통 떨어먹는다.
플라시보인가? 금세 기운이 뿜뿜.
전쟁통에 뒤집어진 파편처럼 난장판이 된 소파를 재정열하고 다듬어 둔다.
이제 정말이지 진짜 청소기를 들고 윙윙...
잡먼지까지 싹싹 쓸어 담는다.
끝인가?
티 나지 않게 정갈해진 우리 집.
베란다 재활용쓰레기도 치워야겠다.
카트를 끌고 네 차례 엘리베이터를 오르락내리락 재활용쓰레기 집하장까지 카트를 질질 끌고 분주히 왔다 갔다 그렇게 정리를 2박 3일에 걸쳐 마치고 드디어 여행가방에 짐을 싼다.
아!!! 너무 피곤하다.
이 피곤함이 여행의 여독을 선결제한것이라고 내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