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아라!

엄마의 언어 8

by 떰띵두


나름 나는 괜찮은 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딸이었을 거라 생각해 본다.

아니지 나는 그래도 나쁘지 않은 그런 딸이었음은 분명할 거라 우겨본다.

어렸을 때부터 일하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왔고,

두 살 아래 동생에게는 때로는 엄마행사를 했었고,

촌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름 선생님들께 인정받아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았고,

반쯤 철이 들까 말까 할 때는 내 삶만을 위해 크게 욕심내지 않고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지냈고,

언제나 나의 생활은 풍요롭다 여기며 생활했고,

단 한 번도 내 부모를 다른 부모와 비교한 적 없었고,

살면서 나도 성공이란 걸해서 내 부모의 위대함을 알리고 효도하고 싶었고,

나는 엄마, 아빠의 좋은 점만을 물려받아 감사하다 살고 있고,

나 스스로 나름 가치 있게 살려 애쓰고 있으니,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딸이길 바라본다.

이런 내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서른하나에 정 많고 무뚝뚝하지만 섬세한 남편과 결혼을 했다.

연애결혼이었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딸이었을 테니 부모님의 기대치는 높았을 테지만 기꺼이 반겨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새롭게 도타워진다.

우리는 마을 농협 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친구들의 호화로운 예식장에서의 결혼식과 비교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냥 좋은 사람과의 결혼이었고,

부모님은 동네 어른들 편히 와서 축하할 수 있도록 마을에서 했으면 하셨기에

남편도 흔쾌히 그러자고 했음에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마을 농협 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친정에서 하루를 보내고

엄마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아빠는 우리를 시댁으로 데려다주셨다.

시댁에 도착해서는 간단한 술상에 술 한 잔 하시고는 집으로 돌아가신다며 일어나셨다.

그때 아빠는 시댁 큰 아주버님에게 말씀하셨다.

“예쁘게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몇 번씩이나 하곤 선 일어나셨다.

아빠 가시는 거 보려고 주차장까지 배웅 가려는데 아빠는 기어이

우리를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 서게 하시고는 또 한 번 말씀하셨다.

“김서방! 우리 딸 잘 부탁하네!”

“우리 딸! 잘살아라!”

그리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서둘러 올라타셨고

문이 닫히는 짧은 시간 동안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시던 우리 아빠.

딸 시집보내면서 눈물 흘리시던 그 모습 보이지 않으려 애쓰셨지만

그날 나는 아빠가 눈물 닦으시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마도 나는 이 날 내가 참 많이 사랑받고 자랐음을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지 싶다.

참 많은 감정들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나는 이 날 참 행복했음이다.

“아빠, 감사해요!”

“우리 딸, 잘살아라!”


잘살아라!

국어사전 : 1. 옳고 바르게. 2. 좋고 훌륭하게.

3. 익숙하고 능란하게 잘 살다

엄마언어 사전 :

나에게는 더 해 주지 못한 미안함의 고백이고

너에게는 이것이 삶의 목적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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