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가슴 설레고, 심장을 멎게 하는 고백의 말들이 참 많다.
그중 제일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랑해’가 아닐까 한다.
‘사랑해’
참 따뜻하고 행복한.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하는 달콤하면서도 풍요로운 말이지 싶다.
‘사랑해’
고백받고 고백하는 순간의 아찔함을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될 테지만
누구는
빗속에서 흘러넘치는 눈물에 범벅이 되어 미친 사람처럼 아우성치듯 일 테고
그 누구는
따사로운 햇살아래 바람결조차 부끄럽다 하여 살포시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것 일 테고
또 누구는
촌놈 서울구경 온 듯 어리바리 벙벙 거리며 떠듬떠듬 마음을 읽어내는 것 일터이고
어딘가 누구는
저만치서 헐떡이며 외치는 그 고백의 한마디에 얼어붙어 지금껏 석고상이 되어 있을 거다.
어디에 누구인들 이 고백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까?
글쎄다...
이 고백의 말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는 듣지 못하는 이 시간이 힘들고 아플 수도 있겠다.
그치만 그들조차도 고백받지 못하는, 고백하지 못하는 지금을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고백의 말 이후는 고백의 순간까지와는 다르니까.
물론 나도 그랬다.
고백의 말을 들었던 순간, 고백의 말을 했던 순간.
그 어느 때 그 어디에도 가득이지 않은 순간은 없었지만
고백 이후의 시간은 결코 행복하고 따뜻하고 풍요롭고 달콤하고 감미롭고 설레고.... 하지 만은 않았다.
그 축복의 대명사인 그 고백의 말 한마디 이후
나는 세상의 끝을 보기도 하였고
나의 사악함과 마주하기도 했으며
지금껏 알지 못한 또 다른 세상과 접속할 수 있었다.
그곳엔 불행도 있고 찬란함도 있고 타락도 있고 추함도 있으며
초라함과 경외로움이 가여움과 대견함이 악마와 천사가 있었다.
말로 설명해 낼 수 없는 넓고 깊은 세상과 교감하게 되었다.
몇 번의 고백의 말을 하고 나면, 듣고 나면 자라나게 된다.
묘목에 불과했던 내가 뿌리도 깊어지고 잎도 무성한 나무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제 주변의 변화를 크게 요동치지 않고 지나쳐 갈 만큼의 나무가 되어가려 할 때쯤
나는 또 한 번 고백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느지막하게 아이를 임신했고 몸도 마음도 힘겨웠지만 엄마에게 조그마한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살포시 더해지면서 남편과 나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아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호스피스병동에 있던 엄마에게 매일매일 뱃속 선물이의 태동을 느끼게 하고
선물이가 태어난 후의 일상에 대해 엄마와 나는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매일매일 엄마를 찾아가 엄마와 함께 내일을 얘기했다.
거칠었던 엄마의 발뒤꿈치가, 밭일로 터 실거리던 엄마 손이
이때는 어쩜 그리도 매끄럽고 고와졌던지, 아기 손처럼 여리고 매끄러운 살결을 만질 때면
우리 엄마가 이리도 고왔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리도 고운 엄마가 우리를 위해 거칠고 무딘 세월을 살아와 주셨구나 싶어
가슴이 먹먹했었다.
애틋한 하루하루였었다.
그리고 엄마는 미루고 미루고 미루던 고백을 내게 해 왔다.
“딸!
사! 랑! 한! 다!”...
.
.
.
(나도 이제는 삼키고 삼키고 삼키던 그 고백의 말을 해야 했다.
“엄마, 사랑해!”...)
.
.
.
사랑한다!
국어사전 :[동사]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다.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다.
3. 남을 이해하고 돕다.
엄마언어 사전 :
내가 너에게 남기는 작별의 선물이고
너에게는 이것이 일상의 풍요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