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셀리 -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19세기는 격변의 시대였다고 한다. 이전 어느 시대 보다 활발한 교류로 세계화가 더 급격히 이루어졌으며, 과학은 급진적으로 발달하였고, 기계의 발달로 사회조직 또한 급변하였다고 한다. 여튼 한마디로 정치적이던 철학적이던 대격변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 속에서 탄생한 것이 평화 및 이성을 중시하는 합리주의 사조, 그리고 그에 반하며 활력과 정열을 외치는 낭만주의 사조라고 한다. 이 둘은 지금까지도 과학과 예술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팽팽하게 싸우고 있다.
SF소설은 아마 이 둘을 융합하려 한 최초의 시도일 것이다. SF소설 내 과학적 고증을 따지며 합리주의적 정확성을 정하려 든다면 나는 한 발 뺄 수 밖에 없겠지만, 아무튼 그 최초의 시도 중에서도 효시로서 인정 받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소설은 그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집어든 것은 서양철학사를 읽으면서 생긴 호기심이었다. 저자는 낭만주의 사조가 평화와 안정에 반발하며 활기와 열정 그리고 자유를 외치는, 온갖 자극적인 요소를 버무린 예술작품으로서 잘 표현된다고 했다. 낭만주의 작품은 폭풍, 가파른 절벽, 거센 파도, 높은 산, 드넓은 빙하와 설경, 거부할 수 없는 운명, 분노와 같은 격정적인 요소들을 좋아한다고 했고, 나는 왠지 19세기의 낭만주의 소설이 오늘날 막장 아침드라마의 효시가 아닐까 하며 궁금함에 프랑켄슈타인을 읽게 되었다. 그렇다, 사실 SF소설이 아닌 막장드라마로서 보고 접근해본 것.
19세기의 김치 싸대기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곤 했을까 하는 호기심에 집어들었던 이 책은 지금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이다. 단순히 자극적인 요소를 버무린 책이라기 보다는, SF적인 신선한 요소들을 개입시켜 인간의 내면과 감정선을 깊이 관찰하고 고찰하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자연스레 잘 조장하는 책이었고, 그 속에서 많은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며 독자에게 반문하는 책이었다. 인간의 창조활동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 인본주의의 배타성과 폭력성이 다른 개체에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 차별하려는 우리 본성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복수의 끝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연대하여야 할지 등... 정말이지 수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빌런이 프랑켄슈타인인지 괴물인지 특정하기 모호하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 철학도 엿보인다. 괴물이 단지 무기력하게 그러한 환경에 던져졌다는 점에서 그의 살인행동이 용서될 수 있을까. 그리고 책임감이 뒤따르지 않은 창조활동으로 인해 초래된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은 동정 받아 마땅한 것일까.
특히 이 책은 외모지상주의뿐만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때론 모르고 지나치는 모든 차별을 꼬집는 책인 것만 같았다. 소설 속 괴물은 너무나도 애처롭고 안아주고 싶은 존재였지만, 만약에 내가 진짜 괴물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정말 모든 편견을 벗어던지고 그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