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에는 무엇이 깃들어 있나.

당신의 손은 어떤 기운을 가지고 있나요.

by 박하영

사람의 손은 각자의 얼굴만큼이나 다르게 생겼다. 크기는 물론이고 손가락의 모양, 뼈마디의 굵기, 손톱 주변의 거스러미, 손금의 깊이, 손바닥의 색깔, 핏줄이 비치는 정도 모두 고유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문을 사용하여 보안에 이용하고, 관상을 보는 것처럼 손금을 본다. 나는 손금은 잘 믿지 않지만 사람을 만나면 지금껏 그 손 위에 어떤 것을 가장 많이 올려놓았으며, 요즘엔 무엇을 자주 만지는지 궁금하다.




한 때, 내 손은 매일 아이들 기저귀를 갈고, 작은 손과 얼굴을 씻기고, 블록과 그림책을 만졌다. 그 당시 내 손은 어린아이의 기운이 생생하게 어려있었다. 어린이의 기운이 뚝뚝 묻어나는 손.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며 손유희를 하고, 동화책을 넘기며 책을 읽어주고, 밥을 떠먹여 주었던 그 시절 두 손은 항상 습진으로 부르트고 아이들 침냄새가 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손은 점점 아이들의 고사리같은 기운과 어우러졌다. 검지를 감싸는 조그마한 다섯 손가락의 촉감, 이야기를 건네며 활짝 펴는 손바닥, 흔들흔들 인사를 나누는 작은 손. 그 시절 내 손은 빈틈없이 아이들을 향했으며 아이들은 내 손이 세상의 전부인 양 속상하거나 불안할 때마다 두 팔을 뻗으며 나에게 안겼다.


자주, 이 손은 갈 곳을 잃었다. 이 손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다. 혹은, 무엇을 간신히 붙잡았는데 이내 두 손을 금방 떠나갔다. 그럴 때면 불안해져 내 것이 아닌 다른 기운을 탐냈고, 동시에 어떤 기운도 얻지 못했다. 민숭한 손은 비틀비틀 방황했고, 많은 것을 단순히 스쳐지나갔으며, 그것은 봄날의 지는 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 두 손 안에 기운을 불어넣어야 했다. 세상의 좋은 것을 두 손으로 직접 쓰다듬고 끌어안으면 그 좋은 기운이 내게 고스란히 담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손에 좋은 것만 묻히기엔 세상에는 판도라가 꺼내놓은 수많은 불행이 존재했다. 내 두 손 위엔 기쁨과 슬픔, 행복과 우울, 활기와 무기력이 자리를 바꿔가며 올라앉았고, 내가 좇던 손바닥의 기운은 내 몫의 행운과 불행을 감싸안으며 서서히 차올랐다.



손은 촉감이다. 맞닿은 손은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기운을 전해준다.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면 조그맣게 싹 튼 감정이 천천히 자라나는 것처럼, 마주잡은 두 손에는 또다른 생명력이 꿈틀댄다.


내 손바닥의 기운을 알아챌 사람을 생각한다. 기어이 내 손을 잡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당신들이 내 손을 잡으며 어떤 기운을 느낄 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우리 몫의 행운과 불행이 서로 마주 잡은 두 손에 뒤엉켜 편안함과 안도감으로 태어난다면 좋겠다. 함께 걸어가는 길에 마주하는 햇살과 바람, 눈과 비를 서로의 손바닥 속 기운으로 살포시 감싸안으면 좋겠다. 서로의 손에 깃든 기운을 단비 삼아 지친 손을 사부작사부작 다시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