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좋아하게 됐을까?

어쩌다 #

by 구재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것들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 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마음들도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오래 품게 된 것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어쩌다’의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그렇게 시작된 작은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순수

'어쩌다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들이 저에겐 참 많습니다. 싫어하는 것도 참 많고 좋아하는 것도 참 많은 저는,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작품도 꽤나 많지만 오늘은 그중 '초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쩌다 좋아하게 됐는지 정말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지금의 저는 초록색에 미쳐있습니다. 미쳐 있는 정도에 대해 말해보자면 그 수준은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20살 조금 전부터(고등학생 때부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록색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그 취향이 다행히도 변하지 않았는데요. 집안의 온갖 물건들은 모두 초록색으로 가득 찼고 (다행히도 책상과 의자는 초록색이 아니네요.), 물건을 구매할 때면 해당 물건의 초록색 디자인이 그다지 예쁘지 않게 나왔음에도 초록색을 사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혀 결국 그 색을 구입하고 맙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 시작이 무엇일까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추측해 보자면 예전부터 그림을 그릴 때 초록색 물감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아크릴(혹은 유화)을 사용하게 된 시점부터는 더욱. 그러다가 미술부에서 물감을 더 사용하게 되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추측만 해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색뿐만이 아니라, 제가 인생에서 좋아하는 많은 것들은 대부분 그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명확하고 줏대 잇고 분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아,를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니... 뭐!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좋은 건 그냥 좋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먼지

저는 금사빠라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은데요. 원래는 장르가 한정되어 있는 금사빠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장르의 범위가 넓어졌어요! 애니까지 금사빠 기질이 퍼졌어요. 타마마도 좋아하고 요즘은 코난, 특히 마츠다 진페이군을 정말 좋아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너무 잘생겼어요. 애니를 그렇게 막 좋아하지도 않고 돈을 많이 써본 적도 없는데, 코난에 돈을 어마무시하게 쓰고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우리 집 멍멍이입니다!!! 제가 정말 정말 사랑하고 아끼고 예뻐하고 있는데요. 엄마를 더 좋아해서 저는 짝사랑처럼 늘 구애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자주 보지는 못해서 1달에 한 번 본 적도 많은데 너무너무 속상하고 날 잊은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벌써 함께한 지도 10년을 넘었는데 그 세월이 눈에 보일 때 눈가가 촉촉해질 때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너무너무 좋아서 요즘은 하루하루 떨어지지 않고 붙어지냅니다. 곧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거든요..... 가기 전 산책이나 왕창 시켜주고 가야겠어요 ☺️☺️


구재

저는 라푼젤을 좋아해요. 개봉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한 번 이상은 챙겨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60번 넘게 영화를 보게 되고... 그 이후부터는 수를 세지 않고 있어요 ㅎㅎ) 처음엔 단순히 예뻐서 좋아했어요. 디즈니 공주 중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이라서 공주 시리즈를 좋아하던 제게 라푼젤은 신선한 충격이었죠. 또 반짝이는 머리카락도, 라푼젤의 외모도 어린 저에겐 충분히 설레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아직까지도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는 걸까요?


곱씹어 보니, 저는 라푼젤이 구해지기를 기다리는 공주가 아니라 스스로 탑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라푼젤에는 전형적인 왕자님이 등장하지 않아요. 오히려 도둑이었던 남자주인공이 라푼젤 덕분에 왕이 되죠. 이렇듯 라푼젤은 모두를 다정하게 대합니다. 대상이 말이든, 카멜레온이든, 도둑이든 말이죠. 또 (가짜) 어머니의 가스라이팅으로 바깥세상에 두려움이 많지만, 결국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가진 인물입니다. 이러한 라푼젤의 모습이 제가 점점 성장하면서 많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라푼젤을 찾아본답니다 ㅎㅎ 이유를 설명할 수 없던 어린 시절부터, 이유를 설명하게 된 지금까지. 어쩌다 시작된 마음이 시간이 지나 방향이 되고, 결국 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네요!




여러분은 어떤 것을 좋아하나요? 또 어쩌다 그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나요?


이유가 분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쩌다 시작된 마음이 시간이 지나 취향이 되고, 취향은 결국 나를 설명하는 언어가 되니까요.


오늘 하루,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세요. 그 사소한 마음들이 모여 지금의 여러분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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