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약을 처방받고 바로 먹은뒤 알게모르게 심리가 편해졌다.
실제로 약 효과덕분인지 (오전약으로 추정하는것은-트랄린정25/세로토닌재흡수억제,에스벤서방정25/신경계긴장낮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아주 미묘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되는 기분.
어쩌면 이는 내가 내삶을 주도하고 있다. 운전대 핸들을 다시 잡아내었다.
가드레일을 좀 박기도 하지만 내가 운전하고 있다라는 느낌이 전해져인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찬찬히 늦은 오후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찍 병원일정이 끝나 집으로 돌아와 아주아주 간단하게 저녁준비-밥앉히기,국준비,달걀후라이준비,쭈꾸미볶음부재료준비.
이번에는 쫓기듯이 아니라 딱 맞춰 아이원 방문 일정도 무사히 소화.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아이의 적응생활도 듣고. 최대한 담백하게 말을 끝내며.
20분 여남짓 남은 시간을 아이 운동수업끝나길 기다린다.
힘을 빼어보고. 잠시 내일 먹을 간단한 것들을 담아내고-밀키트로 우회하였다.
앞에걸어가는 작은 아이에 눈길이 간다. 내 생각이 다른곳들도 바라보기 시작한다.
시간이 다되어가자 다른 부모님들이 보인다. 어제는 두서없이 내말만 했던것 같아 오늘은 조금더 힘을빼고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리하여 아이를 만났다. 우연인지 운동수업에 연이어 등록한 아이친구들이 많았다.
그덕인지 아이는 행복해보였고. 조금씩 가벼워진 나역시도 웃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단둘이서도.
이후 합류한 우리집 가장 남편까지.
비록 아이는 입맛이없어(왜? 운동도 하고 왔는걸?) 계란후라이 하나 먹곤 돌아서선 하고픈걸 하러갔고.
조금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며 저녁시간을 마주한 우리는
내가 자진하여 설거지를 하는동안 모처럼의 느슨한 공기를 맛보았는지 남편은 샤워를 한다.
아이를 재우고 두통이있는 남편은-얼른 툴툴털고 보필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 안방을 우리에게 다시 내어주곤 어제부터 거실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며 눕는다. 그옆에서 나는 오늘의 일을 도란도란 얘기한다.
비슷하게 요즘 나의 상태에 대한 얘기인듯하지만 조금은 울타리가 무너져 이런저런 다양한 얘기들이 오감에
나는 너무 감사하다.
프리랜서 일하는것과 관련해서 ai를 어떻게 내가 유용하게 쓸수 있을까 얘기하기도 하고.
발이 편한 특정 양말이 있는데 그걸 신고나면 꼭 발목 쪼여짐이 두드러지는 남편의 발을 이제야 알아챈다.
이렇게 내가 남편을 바라봐주지 못하고 있었구나. 오늘은 내눈에 담겨져서 감사하다.
일상에서 붕떴던 기분이 2cm정도는 내려온 기분이다.
그렇게 나름의 숙면을 기대하며 담백한 마음으로 아이옆으로 가 누웠으나. 잠이 오질 않는다.
캄캄한 천장을 바라보며 한시간을 두시간을 세시간을. 그렇게 5시가 될때까지.
그래도 감사한 점이라면 어떤 생각에 빨려들어가진 않았다. 그냥 잠이 오지 않았다.
마지막 시계를 본게 5시30분. 그러곤 1시간을 잤을까?
눈꺼풀이 무겁진 않지만. 이른 기상을 한 7시 아이와 함께. 이렇게 시작해도 될까?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어제밤까지 좋았는데 하는 두려움이 든다.
최대한 느릿느릿 하루를 시작한다. 약때문인지 잠때문인지 눈을 감았다 뜰때, 한걸음을 옮길때 순간순간 세상이 흔들리는듯한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아직 마음은 일상에 내려와 있기에 아이와 많은 얘기를 한다.
맞어. 나는 이렇게 아이만큼이나 말이 많았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말이 참 많았다.
아이가 무척이나 행복해함이 느껴진다.
8시를 넘어가자 내가 이제는 준비해야할때이며 엄마가 잠을 많이 못자서 조금 어지러우니 천천히 움직일것이다 말해준다. (직전까지 어지러움때문에 잠시 누워있게해달라고-배고프다는 아이에게 바나나 하나를 쥐어주며 양해를 구했었다.)
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지금 엄마는. 좀전까지 누워있던 엄마도. 나랑 놀아주고있다며 너무 좋아한다.
수차례 window 현상-잠시 원래의 나로 돌아온 기분-을 겪어기에. 조심스레 아이에게 말해본다.
엄마 몸이 좋아지고 있나보다. 그런데 딸, 엄마는 지금도 몸이안좋아 축 있던때도 똑같이 우리 딸 사랑하는거 알지? 꼭 놓을꺼야. 밀어내지 않아 엄마는.
이번을 끝으로 아이에게 이런 부연설명은 더이상 하지 않아야지.
그냥 총력을 다해 그러나 힘을 빼고 일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