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체리
처음 태어났을 때 우리 쌍둥이들은 단태아에 비해 너무 작았다. 신생아실 면회시간에 다른 아가들은 3~4kg가 넘는 몸무게에 우렁찬 울음소리를 자랑했지만 겨우 2kg이 될까 말까 한 우리 아가들은 다른 보호자들이 보고 인형 같다고 할 정도였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유와 함께 살이 잘 찐다는 분유, 각종 영양제와 비타민을 사다 먹였지만 영유아 검진상 키와 체중은 매일 10% 이하였다. 성장이 느린 것도 문제였지만 이후 기저귀를 뗄 무렵이 되자 아이는 며칠씩 변을 못 보고 짜증이 늘게 되었다.
변을 잘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부터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거의 일주일간 변을 못 보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 소아과를 전전하였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유산균을 처방해 주고 그래도 오랜 기간 변을 못 보면 손가락 관장을 해야 한다는 게 전부였다. 한때 소아응급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관장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자지러지게 아파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프고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인터넷에서 유아 변비를 검색하면 수많은 유산균 광고와 변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유산균이나 수분 섭취 정도로 아이의 변비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먼저 먹는 양을 많이 늘리는 것이 필요했고 먹는 양을 충분히 늘리기 위해서는 아이가 힘들어할 정도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칠 정도로 힘든 운동은 아이의 장운동에도 도움을 주어 변비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의 운동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줄 기관을 찾던 중 인터넷 맘카페에서 덩더쿵에 대한 소개 글을 읽게 되었다.
매주 등산을 한다는 덩더쿵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열심히 운동시키고 잘 먹일 곳을 찾던 나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다.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하고 아이들이 놀이를 주도한다는 등의 다른 장점들도 많았으나 오직 나의 마음을 이끈 것은 잘 먹고 잘 쌀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평소 미취학 아동이 해야 할 것은 오로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고민 없이 덩더쿵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들을 보내게 되었다.
덩더쿵에서 선생님들과 아마들이 모여 처음 산으로 나들이를 가게 된 날을 기억한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아이는 다리 아프다고 찡찡 힘들다고 잉잉, 갑자기 늘어난 운동량에 힘겨워했다. 동생들도 씩씩하게 산을 잘 올라가는데 유준이는 왜 이렇듯 힘들어할까... 업어줘야 할까.. 운동량도 늘리고 변비도 해결해야 하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덩더쿵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믿음직스럽게 ‘제가 챙겨서 내려갈게요’ 말씀해 주셨고 칭얼대던 아이가 웃으며 스스로 걷게 해서 등산을 마치게 도와주셨다. 이후에도 덩더쿵의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가 밥은 잘 먹는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할 때가 되지는 않았는지 주의 깊게 보살펴 주셨다. 우리 아이는 덩더쿵에 입소한 이후로 한 번도 변비를 겪지 않았다.
사실 우리 가정은 다른 가정과 달리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는 전업주부이자 주양육자 역할을 하고 있고 엄마인 나는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회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덩더쿵 어린이집 주양육자 엄마들과 우리 가정의 주양육자인 아빠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다른 아마들과 교사회가 오히려 반갑게 맞아 주셨고 아이들도 쉽게 적응하여 이렇듯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지금도 잘 못 먹고 잘 못 싸는 아이 때문에 고민인 부모님들이 있다면 덩더쿵 어린이집에 한번 입소 문의 해보시기를 추천한다.
by 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