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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더쿵, 함께 이해하며 자라는 곳.

챕터 새벽

by 메론

성과와 효율, 속도와 전략. 익숙한 언어들 속에서 나는 매일 결정을 내리고, 손익을 계산하며 살아간다. 시간은 곧 비용이고,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해 주는 세계에 있다.


그런 나에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는 말은 낯설었다. 아이를 여러 부모와 함께 키운다는 구조, 회의와 청소 당번, 교육, 들살이, 김장 같은 공동생활의 반복은 이해보다 거리감이 먼저 다가왔다.


하지만 아내 ‘카피’는 달랐다. 육아의 방식만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사람이었다. 카피의 선택과 설명 끝에, 나는 ‘덩더쿵’이라는 이름의 어린이집에 발을 들였다.


덩더쿵은 전혀 다른 세계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보다, 함께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쓰인다. 그 차이는 처음엔 답답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 안에 관계의 밀도와 아이들의 안정감이 함께 쌓인다는 걸 느낀다.


조용하고 신중한 아이가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서툴고, 새로운 환경엔 쉽게 적응하지 않는다. 그 아이가 덩더쿵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시스템이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 다른 아이는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사람들과 금세 어울리며 에너지를 나눈다. 형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두 아이 모두 각자의 성향대로 존중받고 자랄 수 있다는 건, 이 공간이 얼마나 유연하고 포용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보다 고마운 건,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다른 가족들과 선생님들이다. 누구의 아이든 ‘우리 아이’처럼 돌보고, 누군가 사정이 생기면 말없이 빈자리를 채워주는 문화.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동시에 부모들의 고민에도 귀 기울인다. 그런 관계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덩더쿵은 단지 아이를 맡기는 곳이 아니다.

가족이 함께 사회를 연습하는 곳이다. 속도보다 방향, 효율보다 신뢰, 결과보다 과정. 그 다른 원칙이 지배하는 곳에서 나는 조금 더 나은 아버지, 남편,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by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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