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카피, 달님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께 춤을 춘다. 정해진 안무는 없고, 이끄는 단장도 없다. 서로 눈치를 보며 부딪히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 추고 싶은 춤을 춘다. 처음엔 어수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합이 맞춰진다. 무한한 자유도, 완고한 강제도 없는, 이상한 조화가 이루어지는 공간. 그것이 공동육아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엔 주인이 없다. 교사회를 포함해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조합원이 되고, 조합원들이 모여 조합을 꾸린다. 수익을 내기 위한 운영이 아니라, ‘아이들을 함께 잘 키우자’는 단순하고 명확한 마음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네 살이나 다섯 살 무렵 어린이집에 들어와, 일곱 살까지 3~4년을 다닌다. 그 시간 동안 부모는 한 해씩 돌아가며 이사직을 맡는다. 교육, 운영, 재정, 홍보, 시설 등으로 나뉜 소위 중 하나에 들어가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행사 준비나 예산 관리 같은 일은 부모들이 맡는다.
겉보기엔 자율적이고 이상적인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매해 이사진이 바뀌고, 대부분은 처음 해보는 일을 맡는다. 매뉴얼이 있어도 시행착오가 많고, 운영 방식이나 의사결정 구조는 체계적으로 잡혀 있지 않다. 선배 이사가 후배 이사에게 도제식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사람을 통해 문화가 전해진다. 그래서 갈등도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HR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조합원 아빠‘달님’이 조직진단을 제안했다. 시기적절했고, 꼭 필요한 제안이었다.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된 조직진단의 여정을 담고 있다. 프롤로그에는 덩더쿵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진단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적었다. 에필로그에는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단순한 일 하나가 이렇게 많은 고민과 노력을 불러온다. 그것이 공동육아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춤을 춘다.
서로의 발을 밟고, 어깨를 밀치기도 하지만, 이내 눈빛을 나누고 웃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안무가 있었더라면, 단장이 있었더라면 부딪힐 일도 없었겠지.
하지만 우리는, 부대끼고 어긋나면서도, 안무 없이도 함께 춤을 춘다.
by 카피
진단은 완료되었고, 이사진 및 조합원 모두에게 공유될 설레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조직 진단을 기획/설계하고 진행하며 느낀 점 모두를 조합원 모두에게 공유드립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해가 되듯,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흐릅니다.
덩더쿵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함께 밥을 지어먹고,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을 나누며 기쁨과 다툼, 서운함과 고마움을 한 공동체 안에서 살아냅니다.
공동육아란, 단지 아이를 함께 키우는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도 서로를 키우는 일, 서툰 마음과 부족함을 마주한 채 함께 성장해 가는 아주 느린 걸음입니다.
어떤 날은 마음이 맞아 웃음이 나고, 어떤 날은 멀어진 거리만큼 외로움이 짙어집니다.
그 모든 날들이 모여 지금의 덩더쿵을 이뤘습니다. 삶이 그러하듯, 공동체도 늘 완전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서로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 애써왔습니다.
이번 조직진단은, 마주 잡았던 그 손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처음 느꼈던 마음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을까요?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요?
이 진단은 해답을 주기 위한 기계적인 도구가 아닙니다.
질문을 품기 위한 여백, 듣기 위한 용기, 그리고 함께 걷기 위한 맥락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눈에만 보이는 수치를 넘어서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달리했고, 목소리를 따로따로 들었습니다.
신입에게는 신입의 언어로, 교사에게는 교사의 마음으로,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다채로운 말들이 하나의 풍경처럼 겹겹이 쌓이기를 바랐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조용한 기쁨도, 가늘게 흔들리는 불안도, 말끝에 맴도는 기대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진단은 숨어 있던 마음의 조각들을 서로 건네고 맞춰보는 퍼즐 같은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듣고, 바라보고, 함께 질문합니다.
“지금, 우리는 잘 가고 있나요?” “무엇이 우리를 걷게 하고, 무엇이 우리를 멈추게 하나요?”
덩더쿵은 살아있는 공동체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과 침묵, 그 속에 깃든 삶의 결이 이 공동체를 오늘도 숨 쉬게 합니다. 조직진단은 끝이 아닙니다. 이제 막,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려 합니다. 말을 모으고, 서로를 비추고, 다시 손을 잡고 나아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느끼는 감정도, 바라는 방향도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름 조차도 덩더쿵이라는 공동체를 지금껏 지탱해 온 귀한 조각들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있었기에, 우리는 한 방향이 아닌 더 넓은 가능성 위에 설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길이기에, 앞으로 우리는 더 솔직해져야 합니다. 갈등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서툴더라도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 대화는 서로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상태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온도를 지키며 진심을 다해 나누어지기를 바랍니다.
치열하되 따뜻하게. 다르되 하지만 함께. 그것이 덩더쿵이 걸어갈 다음 걸음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우리의 하루하루가
그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이 노력은 아이들에게 흡수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다시 손을 잡는지를 아이들은 곁에서 조용히 보고, 느끼고, 배웁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용기 내어 이야기해야 합니다.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서로를 향한 존중을 잃지 않으며 함께의 가치를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우리처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며 성숙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by 달님
진단에 대한 결과를 조합원께 공유드렸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당신의 마음속에 각인되었으면 합니다.
"Still Life"
긴 숨을 고르며 걸어온 여정이었습니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고, 진단이라는 단어에 담긴 무게에 더욱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 서로를 향해 말문을 열었고, 귀 기울이며, 때로는 침묵 속에서 더 깊은 마음을 읽으려 애썼습니다.
어떤 이는 조심스러운 말 한마디로, 어떤 이는 짧지만 진심이 담긴 문장으로, 어떤 이는 눈빛과 표정으로 마음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안에는 덩더쿵에 아이를 믿고 맡긴 부모의 바람,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의 고민,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조합원으로서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숫자로 보기보다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려 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찬찬히 읽었고, 결과보다 과정에 담긴 마음에 머물러 더 오래오래 살펴보려 했습니다.
이 진단은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여정이었기를 바랍니다.
왜 이 자리에 있는지를 다시 떠올려보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이들과 진심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
덩더쿵이라는 공동체가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어긋나고, 때로는 속마음을 다 꺼내지 못했더라도 괜찮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우리는 결국, 이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있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덩더쿵을 아껴왔다는 것을 서로가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른 생각이 모여 한 걸음을 만들어주었고, 그 걸음들이 이어져 공동체가 갈 수 있는 길을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줄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이제 여정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질문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우리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처음엔 낯설었던 질문들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 속 이야기가 되었고,
조심스러운 표현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진심과 책임이 보였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참여한 모양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덩더쿵을 향한 진심이었기를 바랍니다.
이 진단은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거울 앞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였기를 바랍니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
조용히 접어두었던 감정들까지
이 여정을 완성한 중요한 조각들이었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손을 잡고, 사랑가를 부르며 함께 돌보는 바쁜 나날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해졌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말을 더 오래 듣게 되었고,
내 말이 전해질 방식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아이들 앞에서 어떤 어른이고 싶은지 스스로 묻게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마음과 움직임이 아이들에게 스며들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어떻게 갈등을 헤처 나가고, 어떻게 다시 손을 잡는지를 아이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느끼고, 배워갔기를 바랍니다.
덩더쿵은 완성된 공동체가 아니라, 조금씩 자라나고, 흔들리며 배우고, 서로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입니다.
이 조직진단이 누군가에겐 이야기를 시작할 용기를, 누군가에겐 누군가와 다시 연결되는 계기를, 누군가에겐 이 공동체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조용히 건네주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문장을 쓸 차례입니다. 이 마지막 문장은, 다음 이야기를 위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제,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용기 있게, 우리가 붙들었던 손을 다시 확인하며 덩더쿵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당신이 살아가는 오늘의 일상에서 배우고 있기를 바랍니다.
p.s 모두가 이 공동체 안에서 오만하지 않고, 편견이 없길 바랍니다. 나와 내 아이는 그러지 않을 것이란 오만, 나와 내 아이는 남들과 다를 것이라는 편견.
by 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