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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더쿵인 채로 죽을 각오

챕터 메론

by 메론


2026년에는 6명만 남는다고? 도망가야 하나? 의리를 지켜야 하나? 내가 이사진 할 때 폐원 절차를 밟으면 어떻게 하지?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였다.

보나 마나 폐원이 가장 힘들다.


원아모집에 올인하기 전에 직접 덩더쿵의 숨통을 끊겠다는 각오가 먼저였다.


그래 내가 책임진다.


체리가 묻는다. '덩더쿵이 망하면 안 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래 망해도 덩더쿵인 채로 망하자. 대한민국에 이런 곳 하나는 있어야지.


덩더쿵의 방학기간이 7주라고 하면 누구나 놀란다. 비현실적인 개념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경험조차 없다. 어지간한 감기는 되도록 보내란다. 입소상담을 하다 보면 전업주부를 강제하는 느낌이다. 이게 덩더쿵의 정체성이다.


맞벌이가 대세인 현 상황에서는 덩더쿵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 아니 공짜라도 못 다닌다.


그래도 원아모집을 해야 하니 장점을 찾아봤다. 장기근속 교사회가 있다. 그러나 미디어 노출에 부끄럼을 타셔서 알릴 수 없었다.


같이 다니는 엄마, 아빠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되겠어?'란 느낌이다. '되겠어!'란 뉘앙스라도 바랬건만... 하긴 나조차도 폐원 준비를 먼저 생각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결과는 모르겠고 해야 할 일을 했다. 오랜 온라인 쇼핑몰 경력을 살려서 정석대로 했다. 내가 못하는 것이지 대한민국 누군가는 성공시킬 일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할까?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 '연봉이 100억이라면?' 나에게 제한을 건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내 능력으로 안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정석은 단순하다. 잘 안되면 시간을 두 배 투입하라. 그래도 안되면 세 배를 투입하라. 이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직장일보다 쉽다.


직장일은 마라톤처럼 했다. 덩더쿵일은 전력 질주 했다. 너무 늦은 나이에 알았다. 일은 마라톤이 아니라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임계치를 뚫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하고 마라톤으로는 안 뚫린다.


그런데 왜 열심히 해야 하지? 나를 먼저 설득시켜야 했다. 답을 먼저 정하고 시작했다. 열심히 했을 때 최대 수혜자는 나 자신이다.


이유를 생각했다. 대충 살아온 인생이었다. 이런 나를 보며 자존감이 올라갈 수 없다. 시키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는 나를 봐야 자존감이 올라간다. 온전한 자존감의 아비가 자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한 이유다.


다시 덩더쿵의 장점을 찾아봤다. 반일제가 약점인데 장점이기도 하다. 주변 공동육아 모두 연장보육을 한다. 세 시반 하원을 원하는 가정은 선택의 여지없이 덩더쿵 밖에 없다. 남아서 엄마아빠 기다리는 아이 하나 없이 일괄 하원을 하는 것은 연장보육이 없는 덩더쿵만 가능하다.


총 7주의 방학은 맞벌이 가정을 맞아들이기 어렵게 하지만 최고 수준의 교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찾아보니 강력한 장점들이 있다.


오든지 말든지 망하든지 말든지 몇 가지 장점을 근거로 오로지 고자세 영업이다. 영업은 소개팅과 비슷하다. 절박한 기색을 풍기면 안 된다. 여유 있는 분위기를 흘려야 한다.


그래서 '여기 재미있어' 느낌만 주는 정도로 인스타 콘텐츠를 가볍게 바꿨다. 나 같은 사람 한 명만 꼬시자는 생각이었다. 내 감정을 건드리면 된다. 나를 꼬시는 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의 매력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3가정 4명의 원아가 들어왔다. 왜 잘됐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검색 상위 노출 때문인지 맘카페 콘텐츠 때문인지 인스타 때문인지 그냥 운인지 뭔지 모르겠다. 그들도 왜 덩더쿵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올해도 재현될 것인가? 사람의 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매거진 덩더쿵.

결과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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