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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매일 아침 커튼을 열지 않는다.

챕터 달님

by 메론

더 자고 싶어서도, 누군가 나의 민낯을 훔쳐볼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세상사에 너무 지쳐 피곤한 것일까? 환한 햇살이 비치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그렇게도 싫은 것일까? 아직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 마음 한편엔 매일 창문 밖 밝은 햇살을 보며 정성스럽게 차려진 아침 식탁을 우리 가족과 함께 즐겁게 맞이했으면 하니까.


결론적으론 커튼 밖 환한 아침의 삶을 간절히 원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에 잠이 깬다. 그렇게 매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아침을 간절히 원했지만 그렇게 되게끔 행동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이런저런 핑계에 매일 두껍게 포개어진 양쪽의 커튼을 나 스스로 열어볼 마음이 없어서 인 것 같다. 무엇 때문일까? 나에게 주어진 삶 때문에 오늘도 창밖을 보지 못해 지금 내 앞에 있는 창밖의 봄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옷만 옷장엔 가득하다.


25년 4월 17일 늦은 시간, 오늘도 난 나의 옷장의 걸려있는 니트와 점퍼들을 보며 반성한다. 25년 4월 18일에도 그리고 내일, 모레도, 그리고 내년에도 아침은 올 것이다. 당연히 눈을 뜨고 일어나면 오늘의 그리고 내일의 새로운 세상이 나의 창문 밖에 펼쳐질 것이다. 내가 바라고 간절히 원하는 부분을 얻기 위해 어떻게 변화하고, 노력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내일은 나의 옷장 속 옷들이 변화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장담하기 어렵다.


by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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