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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Nov 11. 2019

21.(다시) 월급쟁이나 될까?

[시골도 백구도 처음입니다만]

쉬는 날이지만 변함없이 집을 나선다. 가게에 머무는 반려견 ‘한량이’의 안부를 묻고, 짝꿍의 책방에서 생활하는 반려묘 ‘바람이’님을 보필한다. 같은 거리에 있는 이웃 가게 사장님의 일도 잠깐 거들고 거리를 오가며 미뤄뒀던 일들을 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낯선 분의 영혼 없는 넋두리가 들려왔다.


"나도 이런 데서 카페나 하며 살까 봐요~!".


영혼 없는 넋두리를 영혼 없는 웃음으로 달랠 무렵, 짝꿍에게서 카톡이 왔다. 지난번, 서울에 갔을 때 우연히 들른 성북동의 한 카페가 임대로 나왔다는 마음 한구석이 휑해지는 소식이다. 잠깐 머물렀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 다음에 다시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아쉬웠다.


얼마 전 SBS 스페셜 '자영업 공화국의 눈물'을 봤다. 나도 1인 가게 소상공인 자영업자기에 눈물이 날 뻔했다. 우리나라의 카페는 9만 개를 넘어 10만 개에 육박한다 했다. 지역마다 밀도와 빈도가 달라 단순히 산술비교를 할 수 없지만, 소비인구를 3천만 명으로 계산해도 인구 3백 명에 카페 한 개꼴이다. 3백 명이 3일에 한 번씩, 한 달에 열잔을 소비할 경우 3천 잔인데, 아메리카노 가격을 평균 3천원 잡으면 매출 9백만원이다. 순이익이 아닌 매출이 그렇다. 여기서 임대료, 음료 원가, 공과금, 통신료를 포함한 가게 유지관리비, 다음 장사를 위한 재투자를 빼고 남는 순이익은 얼마일까? 자신의 인건비는 떨어질까?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일까? 3백 명에게 3일에 한 번씩, 한 달에 10잔. 즉, 하루 100잔 이상씩 판매할 자신은 있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암울하기만 하다.


나도 생각만 할 때는 자신이 넘쳤다. 오픈만 하면 잘 되겠지 했고 손님들이 몰려드는 상상만 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한동안 잘 됐다. ‘오픈빨’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 기간에 벌어들이는 순수익은 인테리어 비용 근처도 못 미쳤다. 게다가 얼마 안 지나 후발주자 누군가에게 오픈빨의 바통을 넘겨준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했다. 4계절을 모두 겪어 본 뒤에는 새로운 환경의 낭만과 신선함도 사라지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게 다가오진 않을까 고민했다.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자영업 숫자가 너무 많다고. 하지만 자유경제 국가니까 자연스레 도태되어야 한다며, ‘골목식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도 준비가 안 된 식당 업주는 뛰어들지 말기를 바라는 뜻이라 했다.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일주일 중 하루 쉬는 날이지만, 가게에 출근해 또 하염없이 뭔가를 하게 된다. 내겐 그 '3백명'도 없기 때문이며, 오픈빨도 끝나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일이 재밌고 아직은 즐겁기에 조금 더 힘을 낼 동력은 남아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은 세상의 가게 중에 내가 운영하는 곳을 찾아주는 분께 고마움 또한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문득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나도 (다시) 월급쟁이나 될까?’


▶ 일을 이따위로 해서 월급이나 받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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