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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Nov 11. 2019

23.친절과 오지랖

[시골도 백구도 처음입니다만]

자영업자는 업종에 따라 1년에 한두 번 교육을 받는다. 위생, 안전,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초빙된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시간이다. 서비스 교육 내용은 주로 ‘친절’이 대부분인데, 인사 잘하기, 자세히 안내하기, 감사 인사와 배웅 인사드리기 등등, 마치 ‘손님은 왕이다.’라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듯하다.


성격상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많은데 마음이 매우 불편한 상황이 종종 생긴다. 일부러 조용한 곳을 찾아서 한적한 카페나 식당에 가면, 유난히 말을 거는 주인을 자주 만나는데 그게 이래저래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낯선 손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마워 몇 마디 답을 드리면 마치 보의 수문이 열리듯, 관공서에서 인구조사를 나온 듯,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디테일한 사생활 질문까지 거침없이 훅-! 들어온다.


대화에 목마른 손님이라면야 뭐가 문제겠냐마는 그렇지 않을 땐 참 곤혹스럽다. 조용히 쉬러 왔다가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신상이 털리는 기분이 들어, 먹고 마시던 걸 내버려 두고 도망치듯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차 한잔 마시거나 허기를 채우러 갔다가 체할 듯 속이 불편해진다. 그래서일까? 카페는 거의 가본 적이 없고 한적한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카운터나 주방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구석 자리를 찾는다.


스스로 느끼는 불편함이 커서 그런지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조심하게 된다. 손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말을 건네며 손님의 시간을 공유하려는 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한 친절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제공할 수 있어야 조금 더 본연의 의미에 가까운 ‘친절’이 아닐까. 그 때문인지 손님의 표정, 한두 마디 주고받는 짧은 인사말, 작은 행동 하나도 먼발치에서 살펴보는 편이다. 손님의 관점에서 행여 불편함이 없는지, 부족한 것이 없는지 둘러보게 된다.


오늘도 친절과 오지랖의 경계에서

혼자 ‘밀당’을 즐긴다.


▶ 자 이제, 내 표정을 읽어봐-!


▶ 그렇지-! 잘했어, 친절한 집사.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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