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도 백구도 처음입니다만]
도시와 회사를 떠나 시골에서 작은 가게를 꾸려가며 늘 마음에 담아두는 문장이 있다.
sin prisa pero sin pausa.
남미 속담으로 ‘서두르지 말되, 멈추지도 말라’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삶의 결정적 순간들이 있겠지만, 내게는 ‘오래된 미래’와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을 만난 순간이 그랬고, 이 글귀를 처음 만난 순간이 그랬다. ‘그러게... 왜 그동안 <빨리빨리>에 얽매여 살았을까.’라는 자책에 가까운 강한 울림이 한동안 마음을 흔들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파동이었다.
학교나 회사에 다녔을 때와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는 지금은, 바람 소리도 들으며 따스한 햇볕도 느낀다. 산들거리는 꽃과 눈길을 맞추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지나는 사람과 웃으며 인사도 나누고,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살포시 잡고 별 대단하지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조금 천천히 걸어도 아무 일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디를 향해가는지도 모른 채 허둥대다 지쳐 쓰러지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소중한 순간을 눈과 귀와 마음에 담으며 걸어도 된다고. 초조해할 필요도 불안해할 이유도 없으며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고. 서두르지 말고 멈추지 않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시골 생활이 지낼만하먀 묻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 그게 어디 말인지 모르지만, 마을에 말이 살아!! 이게 말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