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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워홀러 Sep 30. 2024

밴쿠버 건축회사의 7개 인터뷰 복기와 총평上

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캐나다 건축회사에서의 취업 인터뷰는 총 7번이었는데, 2018년 6전/2023년 1전으로 승패(?)를 따져보면, 2승 1무 4패였다.


승은 잡오퍼가 들어온 경우, 패는 잡오퍼가 거절된 경우다. 무는 개인적으로 발생한 특수한 경우로, 잡오퍼 거절 이메일에, 2주 무급 인턴십 요청-인턴십이 끝날 때 즈음 잡오퍼를 끝끝내 받아낸 경우다.

(국제 축구 협회 FIFA 랭킹에 승부차기의 승리는 무승부로 기록된다.)


신입으로 그날의 인터뷰 분위기가 좋았다면 또는 촉이 마구마구 온다면, 예상 밖 회사로부터 '우리는 경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이메일이 들어올지라도 ‘내가 경력이 너무 없어 취업을 못 하고 있으니 (무급) 인턴십의 기회를 요청하고 싶다.'는 요구 이메일을 보내길 권한다.


잃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턴십 기회를 준 소중한 그 회사는 위 사진상 위치했다-게스타운

인터뷰의 결과를 승패로 계속 비유하건대 먼저 패전을 돌이켜보면, 네 번 중 세 번이 매우 씁쓸하다. 아주 대패를 해버렸다. 패전 인터뷰들을 시간순서대로 복기해 보면,



패전 1: 비교적 괜찮았던 인터뷰


졸업 후 첫 면접이었다.


정장을 입고 걷거나 버스 타기가 싫어 택시*를 불러 게스타운으로 향했다. 게스타운 분위기처럼 사무실 내부도 매우 힙했는데, 리셉셔니스트에게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하니 나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커피와 물을 제공했는데, 물을 달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니 임원급 두 명과 팀원이 필요한 빵모자를 쓴 매니저 급 한 명이 들어왔다.

*두 번째 인터뷰부터는 겸손히(?)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인터뷰는 포트폴리오 설명 시간까지 합하여 총 20분이 조금 넘었는데, 발언 시 떤다거나 질문을 못 알아듣는다거나 등의 큰 실수 없이 무난했지만 총 인터뷰 시간이 아쉬웠다. 인터뷰는 최소 30분을 넘기는 것이 좋고, 길면 길수록 더 좋다.


기억나는 질문으로는 AIBC*에 등록되었는지를 물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갓 학교를 졸업한 취준생이 모를 수 있는 사항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AIBC Registered Architectural Technologist가 되기 위해서는 Diploma 학위와 현업에서 만 2년 경력이 필요하다.

*Architectural Institute of British Columbia


잡오퍼를 은근히 기대했지만 '인터뷰에 나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경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전형적인 잡오퍼 거절 이메일이 왔다. 첫 인터뷰였고, 실수가 전혀 없었기에 나름 선방했다 싶었다.


하지만 그 뒤 이어진 인터뷰들은 모두 난관이었다.



패전 2: ‘우린 신입 구인 공고를 냈지만 경력직 같은 신입을 원해’


North Vancouver의 작은 건축 사무소, 사장과 직원이 인터뷰에 들어왔다. 직원은 첫 번째 인터뷰처럼 내가 채용될 시, 함께 일할 미래의 선임 동료로 보였다.


10분 만에 끝났다.


나는 신입 구직 이메일을 보냈는데, 회사는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스템에서 내가 신입으로 구인하는 것을 필터링하지 못했거나 또는 신입을 구하지만 경력직 같은 신입을 찾는 분위기였다.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경력자가 대답할 수 있는 실무적인 질문들이 들어왔고, 내가 대답을 잘 못 하자 사장은 질문의 수준을 한참 낮춘 ‘HVAC의 철자를 대라.'와 'Rainscreen이 무엇이냐?' 등 기초 개념 질문들과 내가 포트폴리오에 첨부한 학교 과제 Wood-Frame의 Section Detail을 설명해 보라 했다.

BCIT Architectural and Building Technology의 Construction II 과목의 Acousitc 관련 과제

수준을 낮춘 질문들에도 내 대답은 형편없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인터뷰 말미 회사 측에서 예의상(?) 하는 질문인 ‘희망 연봉이 얼마인지?'와 ‘희망 출근일이 언제인지?’조차 묻지 않았다. 사장은 ‘우리가 연락을 주겠다.’ 말과 함께 바쁜 듯이, 또는 자기 시간을 1초라도 나에게 더 허비하고 싶지 않은 듯 서둘러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예상했던 대로 회사로부터 어떤 이메일도 오지 않았다.



패전 3: ‘난 네가 신입 구인자 인지 몰랐어.’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가장 핫한 예일타운에 위치한 중간규모의 건축회사였다. 인터뷰 예정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여,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중년 여성이 앉아 있길래 면접 전 영어 좀 풀 겸 ‘How are you?’로 먼저 말을 건넸다. (캐나다는 버스나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친구처럼 수다를 떠는 곳이다.) 긴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내가 곧 인터뷰를 본다니까 Good Luck이라고 행운을 빌어줬다.


그날은 햇살이 참 좋았다.


하지만 회사로 들어가 임원급 한 명과 면접이 시작되자마자 그날의 좋은 분위기는 끝이 났다. 내 이력서의 타이틀이 Junior Architectural Technologist로 시작되는 것을 발견하자, 신입으로 구직하는 것인지 나에게 되물었다. 그렇다고 말하니 자신의 회사에 현재 신입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을 키우는데 큰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신입 구직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이 회사 역시 내 구인 이메일이나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으리라.

당시 구직 이메일의 첫 문단 - 이 인터뷰 이후 인터뷰 요청 이메일 제목 앞에 Junior를 붙여 신입 구직자임을 강조했다.

그러곤 큰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 한숨에 그날의 면접 결과를 예상했다. 하지만 윗 회사와는 달리, 10분 만에 끝내진 않고 면접자는 예의상 “인터뷰”*를 봐줬다.

*Air Quotation: 풍자할 때 쓴다.


졸업 뒤 한참 지난 8월 남들보다 늦은 시기에 구직하는지를 물었는데, 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이 일화를 토대로 BCIT 취준생에게 졸업하기 훨씬 전부터 이력서를 돌리라고 조언하며, 포트폴리오 역시 미리 준비하라 말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 될놈될이다.

당시 같은 반 이탈리아 친구는 졸업 후 두 달 이상 유럽에 있다가 9월에 밴쿠버로 도착, 포트폴리오도 없이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단 3일 만에 취업했다. 첫 인터뷰 분위기도 매우 좋았었는데, 특히 마지막 회사 측 희망 연봉 질문에 그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나는 이 질문이 들어올 줄 알았다. 나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학비를 많이 냈고, 게스타운에 살면서 비싼 렌트비를 냈었다. 나는 55,000불을 원한다.
나로서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는데, 이 이야기를 같이 들은 다른 친구는 그의 인터뷰 경험을 이야기하며 희망 연봉을 45,000불을 불렀더니 면접자가 대놓고 비웃으며, '신입에게 그만큼의 연봉을 줄 수 없다'라고 했음을 전하며 이탈리아 친구를 나무랐다.

하지만 될놈될 이탈리아 친구가 제안받은 연봉은 50,400불이었다. 2018년 초봉 평균은 45,000불이었기 때문에 이 숫자는 당시 BCIT ABT*학과 졸업자의 연봉 중 가장 높은 연봉이었다.
*Architectural and Building Technology

다시 내 인터뷰 패전 이야기로 돌아와, 내 포트폴리오에는 워킹홀리데이와 방학마다 일했던 식당의 Floor Plan을 포트폴리오에 첨부했었다. 면접자는 그중 화장실 도면의 Plumbing Fixture*들을 가리키며, 나에게 학교에서 낙제했는지를 물었다. 내가 Existing**이라 말하니, 무례한 면접자는 ‘아, Grandfather thing이구나.’라고 말하며 넘어갔다. 현 빌딩 코드에 저촉되는 현존하는 옛날 디자인을 내가 설계한 것으로 착각하고 대놓고 면박을 준 것.

*Plumbing Fixture: 세면대와 변기, 싱크대 등 배관을 이용하는 아이템들이다.

**Existing은 현존하는 아이템을 가리킬 때 사용하고, Proposed는 앞으로 지어질/설계될 아이템들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인터뷰는 30분이 안 걸렸다. 희망연봉이나 희망 출근일 질문은 당연히 들어오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 면접자는 나에게 건축회사 대신 현장을 가라고 조언했다. 또 자신의 아들도 나와 같은 전공으로 BCIT에 입학했는데, 아들에게 거기서 뭐 하냐고 나무라며, 손에 먼지 묻히는 일을 먼저 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 회사로부터 어떤 이메일도 오지 않았다.


패전 4번째 이야기와 승전과 무승부 복기, 그리고 첫 1승의 뒷이야기와 두 회사 잡오퍼 중 어디를 갈지 고민 등 다음 회사 편에 이어간다. 


또한 해외 취업에 대한 자세한 구직 정보는 해외취업을 위한 지침서: 건축설계 편도 참고했으면 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ab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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