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실무
이번 실무 편은 화재와 대피에 관련된 건축 법규의 내화(耐火)성과 방화벽에 대해 알아본다.
캐나다에서 내화성 관련한 실무 용어는 FRR이라고 하는데, Fire Resistance Rate의 준말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내화율 정도 될 것이고, 그 정도를 분 단위로 구분을 짓는다. 관련된 다른 실무 용어 Fire Rated Wall은 방화벽이다.
화재와 대피 방안에 관련된 이 용어들은 모두 Building Code 아이템이고, 협업하는 Building Code Consultant들이 써주는 Code Report의 한 챕터를 이룰 정도로 중요한 항목이다. 이 리포트의 부록에는 건축 설계 회사가 일찍이 보낸 도면들에 그들의 Markup이 적혀 있는데, Travel Distance라든지, FRR이라든지, 비상구는 적절하게 디자인되었는지 등 BCBC를 참조한 Comment들이다. 그들은 건축 법규를 기준으로 건축회사의 디자인이 저촉되는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알려준다. 또는 이들은 Building Code의 조항들과 맞먹는 Alternative Solution을 내어주는데, 도면상 AS#(숫자)가 붙는다.
건축회사와 Code Consultant는 서로의 Markup 된 도면들을 수시로 전달하고 회의를 하며 Coordination 하고, 시청에 제출할 BP Application을 업데이트한다.
지난번에 언급한 것처럼 Building Code의 조항들은 전문가들의 해석이 필요할 만큼 난해한데, 이유는 법규로서 어떤 특정한 사항만 세부적으로 콕 집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항들과 변수들을 포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건축주에게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전화받는 시간을 분 단위로 기록한다고 한다.
건축주에 따라, 프로젝트에 Building Code Consultant를 고용하는지 여부는 선택 사항이다. 다행히(?) 내가 일했던 모든 프로젝트들은 이 Consultant들과 함께 했지만,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는 지인은 그가 맡은 프로젝트에 Code Consultant가 따로 없어, BCBC와 관련된 항목은 그와 그의 매니저가 해결해야만 했다. (Low-rise Wood Frame 프로젝트였다.)
FRR의 종류는 0시간, 45분, 1시간, 90분, 2시간, 3시간, 그리고 4시간이다. 예시로 자주 사용되는 0분, 60분, 90분, 그리고 120분이다.
0분: 0 Hr - 0 Hr - 0 Hr - 0 Hr - 0 Hr
60분: 1 Hr - 1 Hr - 1 Hr - 1 Hr - 1 Hr
90분: 1 1/2Hr - 1 1/2Hr - 1 1/2Hr - 1 1/2Hr
120분: 2 Hr - 2 Hr - 2 Hr - 2 Hr - 2 Hr
도면 상에 이 FRR Line들을 표시하는데, 평면도*에는 벽 단면 위에, 단면도**에는 벽 단면과 바닥 단면 위에 표시한다. 특히 FRR 0분은 불을 직접적으로 견디는 시간보다, 연기의 이동만 통제한다.
*평면도라 함은 Overall Floor Plan, Enlarged Floor Plan, Stair/Core Plan, Plan Detail 등 모두를 일컬음
**단면도는 Building Section, Wall Section, Stair/Core Section, Section Detail 등 모두를 일컬음
또한 City of Burnaby는 유독 이 FRR Line들에 색깔을 사용하여 아래 사진처럼 구분하기를 원한다. 건축회사들은 Burnaby의 Bylaw를 기준하여 담당하는 프로젝트가 다른 도시에 있을지라도, 색이 있는 FRR 라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담으로 시청에 제출할 도면 패키지들의 프린트 가격은 다채로운 색깔 때문에 몇천만 원 단위로 훌쩍 뛴다.)
하지만 전 건축회사와 현 건축회사는 위 예시처럼 도면 상 벽과 바닥을 꽉 채워 색칠하기보다, 아래처럼 FRR 노트에만 색깔을 입힌다.
0분: 0 Hr - 0 Hr - 0 Hr - 0 Hr - 0 Hr
60분: 1 Hr - 1 Hr - 1 Hr - 1 Hr - 1 Hr
120분: 2 Hr - 2 Hr - 2 Hr - 2Hr - 2Hr
(인쇄 비용 절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실무에서 FRR의 구분하는 업무는 매우 평이하다. 두 프로젝트 정도만 맡아보면 대략 공간들 사이에 몇 시간짜리 내화벽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상계단과 비상구, Service 때문에 바닥이 뚫리는 Shaft의 벽들은 2시간의 내화율이 요구된다. 바닥은 무조건 2시간의 내화율이 요구되기 때문에 임의적 이유로 빈 공간이 뚫린다면, 그 틈으로 연기와 불길이 번질 수 있기 때문. 또한 Residential 프로젝트의 경우 유닛 간 (옆집 간) 벽은 1시간 방화벽이 필요하고, 건물 내 창고와 Service Room들도 불길을 1시간 견딜 수 있는 벽이 필요하다.
이 업무는 저년차일지라도 스스로 FRR을 구분해 보고, 선임 동료에게 확인을 받고, 최종적으로 Building Code Consultant로부터 넘어온 보고서의 FRR을 비교 확인하면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래 도면을 보면, 아파트 유닛들 간 벽과 복도 벽은 1시간 방화벽 (빨간색)이고, 비상계단과 승강기 Shaft는 2시간 FRR (초록색)이다.
FRR이 필요하다는 것은 벽의 마감재를 Type-X라는 Gypsum Wall Board (석고보드)를 사용한다는 말이고, FRR이 필요 없다는 것은 벽의 마감재를 일반 Gypsum Wall Board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1시간 FRR은 한 겹의 Type-X가 필요하고, 2시간 FRR은 두 겹의 Type-X가 필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한쪽 면에만 Type-X 보드를 두 겹, 다른 쪽 면에는 Type-X 보드를 한 겹만 해도 2시간의 내화율을 갖추지만 양쪽 다 두 겹으로 하려는 건축주들도 있다.)
조금 더 실무적으로 접근하여 위 도면의 Grid Line (A)와 (5)를 보자. 확대된 도면의 유닛 입구인데, 주목할 곳은 이 유닛의 Washer/Dryer Closet이다.
이 Washer/Dryer Closet은 완공이 된다면 아래처럼 생길 것. (아래 사진은 문이 따로 없다.)
이 Closet의 양 벽 중 1번은 유닛 쪽의 벽이고, 2번은 복도 쪽의 벽이다. 도면에서 복도 벽은 FRR 1시간으로 표시돼있고, 유닛 내부의 벽들은 FRR 노트가 없는 것으로 짐작컨대 모두 방화벽이 아니다.
이 유닛 Entry에서 Washer/Dryer Closet 쪽을 바라본다면, 위 오른쪽 사진과 같다. 사진상 오른쪽이 복도벽 (2), 왼쪽이 유닛 내 일반 벽(1)이다. 따라서 (2) 벽은 Type-X의 마감재가 필요, (1) 벽은 일반 마감재를 사용하면 된다. 또한 벽 내에 틈이 발생했을 때 특별한 처리가 필요한지 유무도 FRR에 따라 달라진다.
화재 발생 시 불을 견딜 수 있다는 말은 곧, 아래 오른쪽 사진(2)처럼, 틈이 발생한 곳에 Fire Caulking*을 채워 넣는다는 말이고, 일반 벽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래 왼쪽 사진(1)처럼 틈이 있더라도, 그 빈 공간을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유닛 내부에 불이 났다고 가정하면, 연기는 모든 방에 순식간에 퍼질 것이고, 불도 몇 분 내 옮겨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닛 내부의 모든 벽들에 Fire Caulking을 따로 처리할 이유가 없는 것. 화재가 발생한 유닛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이 Fire Caulking은 건축 재료가 달라질 때마다 내화성이 필요한 곳에 쓰이는데, 마감재 Gypsum Wall Board (석고 보드)와 콘크리트가 접합되는 곳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 실무 편은 빌딩 코드 항목인 내화율(FRR)과 방화벽에 대해 알아봤다. 저년차에게 매우 평이한 업무이지만, 위에 제시한 현장 사진과 개념을 알아 간다면 업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