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영어
이번 영어 편은 지난 글 '밴쿠버 건축 회사, 6년 만에 영어가 늘었다.'의 속편 즈음 된다. 그럼에도 해외 취업을 염두하는 분들께 간접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비슷한 이야기를 해본다.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도 마찬가지.
알면 쉽다.
중2 수학시간 담임이 했던 말이다.
해외취업과 실무, 밴쿠버 건축회사의 영어도 같다. 알면 쉽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건축 실무 지식을 많이 탑재했다'인데, 비유하자면 고등학교 언어영역/외국어영역 비문학 지문에 배경지식이 있는 지문을 받았을 때와 같다. 평소 관심 있던 주제나 알고 있던 내용이 지문으로 나왔을 때, 그 방대한 문단들은 술술 읽힌다. 이것은 독해 시간 단축으로 직결되어, 남들보다 먼저 지문 관련 문제들을 풀 수 있고, 고득점의 확률은 높아진다.
건축 실무 지식를 많이 알면 영어는 쉽다.
하지만 안타깝께도 실무 지식 습득은 시간*만이 답이다. 특별히 다른 왕도가 없다. 만 6년을 돌이켜보면 실무 지식 탑재 과정은 아래와 같다.
먼저 신입-저년차 때 사무실에서 방대한 정보들이 유입된다. 이 시기의 개념과 정보들을 지식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흘러 보내기도 한다. 단, 중년차로 갈수록 그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탑재 능력이 더 정교하고 세련되진다. 또한 거짓말처럼 저년차 때 한 번 들었던 실무 용어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들을 때 더욱 명확하게 들리고 처음 들었을 때와 달리 두 번째, 세 번째 들을 때마다 소화하지 못했던/부족했던 개념들을 서서히 완성해 낸다. (나는 IQ가 두 자리이니, 천부적 능력 따위는 없음을 밝힘)
그렇게 반복된 정보들은 머릿속에 각인되어 실무 노하우로, 경험과 실력으로, 문제 해결 능력 등으로 불리게 되는데, 한 단어로 표현하면 개인의 Skillset이다. 이 Skillset은 리스트화되어 이력서에도 쓰이고, 인터뷰 때는 말을 통해 나열된다. 보통 Skillset은 이직을 위한 덕목이지만, 회사를 옮기지 않더라도 강력(?)해진 개인의 Skillset은 당당함을 장착시켜 준다. 따라서 사무실의 동료, 매니저와의 대화할 때, 또는 회사 밖의 건축주나 Consultant들과의 미팅 때 자신감을 발휘한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인사고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글과 맥락은 같다. 하지만 한 번 더 비슷한 글을 쓰는 이유는,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인터뷰만 통과하시라.
인터뷰 통과 후에도 사무실에서 Langugage Barrier로 주눅 드는 기간은 반드시 온다. 이 기간의 길고 짧음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언젠가 두 팔 벌려 영어 기지개를 켜는 날은 찾아올 것이다.
*참고적으로 건축 실무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제한이 될 수 있다. 학교의 공부는 안타깝게도 시험 보고 나오면 없어지는 지식이다. 하지만 학교 공부를 등한시해도 된다는 극단적으로 해석하지 않길 바란다. '학교에서 배웠지?'라는 선임의 질문에 대답이 막막해질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일어난 경우로, 내가 신입 때 선임은 같은 학교 출신이었다. (밴쿠버 건축회사의 99%의 테크놀로지스트는 BCIT 동문이기 때문에 그들의 후임이 학교에서 배웠는지 안 배웠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