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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워홀러 Sep 09. 2024

건축 프로젝트의 흐름

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실무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는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이 되는데, 실무에서 Stage 또는 Phas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회사 내 다른 팀 동료들 간 이야깃거리로 서로의 맡은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를 묻곤, 따라오는 다음 질문은 그 프로젝트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이다. (사실 그들이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은 아니다.)


그 Stage/Phase는 아래와 같다. (시간순)

Pre Design

Schematic Design

Design Development (DP)

Building Permit

Bidding & Negotiation (IFT)

Construction Documents (IFC)

Construction Contract Administration

*약어들은 아래 풀어씀


위 과정을 반으로 잘라, Pre Design부터 Design Development까지를 설계 단계로 Front-end, 그 뒤 허가를 받고(Building Permit), 건설용 도면 준비(IFT, IFC)와 건설 시작부터 완료 기간을 Back-end라고 한다. 이중 Building Permit 단계부터의 도면들을 따로 Working Drawings라고 묶어 부른다. 한 번은 구직 중인 친한 친구를 회사에 소개해준 일이 있는데, 내 매니저의 첫 질문은 그가 Working Drawings을 할 수 있는지였다. (회사에서 Working Drawings 가능 인원을 선호하는 느낌이었다.)


지난 실무 편에 테크놀로지스트와 디자이너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했는데, Registered Architect (이하 건축가)는 테크놀로지스트와 디자이너의 실무를 모두 아우르는 위치이다. 단, 건축가들마다 그들의 선호도에 따라 Front-end를 더 좋아한다면, 건축 설계만 하고 Back-end 업무를 다른 건축가에게 넘긴다. 반면에 어떤 건축가는 Back-end를 선호할 수도 있다. 내 전 매니저가 이 경우인데, 그가 동시에 맡았던 10 여개의 프로젝트들 대부분이 Working Drawings 업무였다. 그는 Back-end 분야에 빠삭하여, 다른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그를 찾아와 관련된 질문을 할 정도였다. 물론, 건축 설계의 모든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건축가도 있다.

나는 취업 후 줄곧 고층 빌딩 프로젝트들을 맡아왔는데, 위의 프로젝트 과정은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고층 건물이 완공되는 기간을 구글로 검색했을 때 2-10년이라는 매우 포괄적(?)인 답변을 해줬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출처: 구글, https://www.construction-physics.com/p/which-city-builds-skyscrapers-the


건축 프로젝트들은 보통 멈추었다 다시 시작했다를 반복한다. 이 반복됨은 한 번일 수도 있고, 여러 번 거듭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이유를 들자면 어떠한 원인으로 건축주가 바뀌는 경우인데, 이 과정에서 건축물의 용도(Use)가 바뀌기도 하고, 용도가 바뀌진 않았으나 건축물의 디자인이 바뀌기도 하고 혹은 주재료가 바뀌기도 한다. 나는 단 두 프로젝트에서 위 경험을 모두 해봤는데, 한 프로젝트는 내가 맡은 순간에만 건축주가 3번 바뀌었다. 건축주가 변경될 때마다 건축물의 이름, 용도는 물론 디자인 자체가 바뀌었다.


다른 한 프로젝트는 설계를 의뢰받고 건축물이 완공되는데 까지 총 10년이 넘게 걸렸다. (프로젝트마다 회사의 고유 코드를 갖기때문에 의뢰받은 최초 연도를 알 수 있다.) 건축주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지만 용도가 한 번 바뀌었고, 디자인이 약간 변하였으며, 구조가 조금 변형되었고, 최종적으로 프로젝트의 높이가 달라졌다. 또 이 프로젝트 진행 중 건축주는 건축물의 재료를 콘크리트에서 목재로 바꿀까 하기도 했다.

건축 프로젝트의 Stage/Phase에 따라 준비해야 할 서류들은 다양하다. 어떤 서류는 시청에 내야 할 어플리케이션인데, Front-end 때는 Letter of Inquiry, Rezoning Application, Develpment Permit Application 등이 있다. 시청은 새로 등장할 건축물로 인해 주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평가하고, 프로젝트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생명 안전에 관련된 필수조건들(주로 화재 대피)과 건축물이 기본적인 법규(City Bylaw)를 충족하는지 등을 파악한다.


반면, Back-end 때 시청에 제출해야 할 어플리케이션은 Building Permit 뿐이다. 다른 서류들로는 건축주가 고용한 시공회사에 보내게 될 것으로 IFT (Issued for Tender)와 IFC (Issued for Construction)가 있으며, Construction Contract Administration 단계 때 SI (Site Instruction)라든지 RFI (Request for Information)와 그에 대한 답변들 등 여러 종류의 서류들이 오간다.

*위 서류들은 다음 편에 본격적으로 다뤄본다.


테크놀로지스트로서 Front-end의 업무는 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에 따라, 준비해야 할 도면의 양과 업무가 Back-end 때 보다 현저하게 적다. 따라서 디자인 단계의 테크놀로지스트의 업무는 매우 평이하다 할 수 있겠으나, 테크놀로지스트는 이 단계의 프로젝트가 Back-end 기간에 진지하게(?) 건설될 수 있는지 파악하는 통찰이 필요하다. 이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은 밴쿠버 건축회사:담-실무 편에서 차차 다뤄볼 예정이다.


다음 실무 편은 건축 프로젝트 단계들마다 필요한 서류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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