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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워홀러 Sep 10. 2024

다니는 건축회사의 조직도는?

이민 1세대의 당돌한 실무 에세이-회사

이번 회사 편은 50명 규모 두 군데 회사를 바탕으로 밴쿠버 건축회사 조직도(?)를 이야기하고, 15명 규모 회사와 아뜰리에의 짧은 경험들을 끝에 덧붙여본다. 단, 나의 경험들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고층 빌딩 프로젝트는 보통 하나의 Tower와 Podium으로 이루어졌는데, 한 프로젝트 내 두 개의 Tower가 들어올 수도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 프로젝트는 고층 빌딩 하나만을 전제한다. (Tower나 Podium 등 용어는 영어 편에 자세히 다루겠음.)


먼저 프로젝트 당 참여하게 되는 인원은 회사 내 어떤 Tool을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BIM 소프트웨어인 Revit을 사용하는 경우 세 명에서 다섯 명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중 한 명은 사장 급 Registered Architect (이하 건축가)로 이들의 타이틀은 회사마다 다른데, 일반적으로 Principal 또는 Partner 직함을 갖는다. 다른 한 명은 프로젝트 매니저인데 건축가 또는 Senior Technologist가 이 직위를 맡는다. 그리고 1-3 명의 테크놀로지스트 또는 디자이너가 매니저를 도우며 실무를 담당한다. (프로젝트 실무 구성원의 예: 프로젝트 매니저, 중년차 테크놀로지스트, 저년차 디자이너, 신입 테크놀로지스트)


프로젝트 매니저의 Daily Basis (하루 일과)는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들의 건축주들, 컨설턴트들과 정기적 미팅을 진행하고, 프로젝트들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뚝딱뚝딱 알려주는 위치이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다면, 해당 아이템의 컨설턴트와 미팅을 통해 해법을 찾는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책임감의 끝판왕으로, 팀 내 테크놀로지스트와 디자이너가 Develop 한 도면들을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이들이 맡는 프로젝트 수는 5-10개 정도이다. (각 프로젝트의 Stage/Phase는 모두 다르다.)


반면, Tool을 이용한 드래프팅과 모델링, 도면 준비들은 테크놀로지스트와 디자이너의 몫인데, 이들이 맡는 프로젝트 수는 1-3개 정도이다. 프로젝트의 바쁜 정도와 규모에 따라 개인이 맡는 숫자는 달라지는데, 보통은 주 프로젝트가 한두 개에 바쁘지 않은 프로젝트가 한두 개 정도 다룬다.


하지만 위 팀 조직도와는 별개로 프로젝트 당 투입되는 인력의 수는 회사마다 다르다. 친한 친구의 경우 그의 매니저와 그, 단 두 명이 고층 빌딩 하나를 맡는다고 했다. 심지어 다른 친구는 자신이 고층 빌딩 하나, 프로젝트 매니저가 같은 프로젝트 내 다른 빌딩 하나를 맡는다고 했다. 예상컨데, 이들이 회사에서 맡는 프로젝트의 총개수는 내가 맡는 프로젝트 수보다 적을 것으로 추측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회사들에서 현재 갈려나가는 중일 것.

(취업 인터뷰 중 회사에 대한 질문으로 '한 프로젝트 당 몇 명이 진행하는지' 확인하는 이유도 위와 같은 회사들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질문 리스트는 회사 편에 따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고층 빌딩 프로젝트를 다른 Tool인 AutoCad로 진행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프로젝트 당 팀 인원이 Revit의 경우보다 상당히 많아지는데, 이것은 Tool의 기술적인 제한 때문이다. 현 회사의 한 팀을 예로 들건대 프로젝트 매니저 외 최소 7명이며, 바쁠 때는 10명도 붙는다. 한 사용자만 캐드 파일을 작업할 수 있어서 동시에 다른 동료들이 같은 파일 업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업의 예를 들면 아래의 항목들에 각 한 명씩, 혹은 한 명이 두 항목씩 붙어 도면을 Develop 하는 시스템이다.

Floor Plans

Slab Edge Plans

Elevations

Building Sections

Wall Sections

Details

Schedules


또한 회사에서 개인이 여러 프로젝트를 맡기 때문에, 실무에서 자신의 작업 투입 정도를 %로 말한다. 두 개의 바쁜 프로젝트의 경우 반반으로 50%씩을 말하거나 데드라인이 더 먼저 찾아오는 프로젝트에 더 비중을 둬 60 대 40, 70 대 30, 심지어 90 대 10으로 구분을 짓는다. 자신이 너무 바쁘지 않다면,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다른 팀의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경우도 있는데, 위 의사 결정들은 매주 있는 회사 임원단의 회의 때 일어난다.




저층 빌딩과 레노베이션을 주로 하는 작은 회사는 2주 인턴십 한 것이 전부이나, 당시 받은 느낌으로 한 명이 한 프로젝트를 맡아 다 끌어가는 분위기였다. 모르는 것이 있거나 문제 발생 시 주위 고참들 또는 사장에게 물으며 해결하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경험 없는 신입에게 프로젝트 하나를 달랑 내어주지는 않을지라도, 그 회사의 저년차 직원의 책임감은 중대형 회사의 중년차 직원이 맡는 책임감이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초등학생이 중학생 과정을 선행학습하는 것 같았는데, 이 회사에서 한 두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엄청난 커리어 성장이 있을 것 같았다. 인턴십이 끝날 무렵 회사의 잡오퍼가 들어왔었고, 진지하게 승낙하려 했었다. (하지만 같은 날 고층 빌딩을 전담하는 50명 규모 회사에서도 잡오퍼가 있었고 이를 수락했는데, 이 이야기는 인터뷰 토픽 때 회사 편에 다뤄보겠다.)


5일 경험한 아뜰리에는 프로젝트가 모두 단독 주택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두 디자이너가 사무실을 이끌어 가고 있었는데, 여기에 중년차 테크놀로지스트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4인 체제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다. 이 회사는 한 인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팀 자체가 프로젝트를 전담하므로 신입과 저년차가 건축 프로젝트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할 수 있어 역시 매력적이었다. (이 회사에 이력서를 내진 않았다.)


다음 회사 편에서는 회사의 복지와 기타 일반적인 사항들에 대해 다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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