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이라니…육아휴직 5개월의 40%가 지나버렸다.
아이는 학교에 잘 적응했고, 같이 노는 친구들 그룹도 생겼고, 놀이터 가방순이 및 간식 셔틀을 열심히 한 덕분에 다른 반 친구들도 꽤 사귀었다.
나는 아이를 돌보는 전업맘 라이프를 알차게 즐겼다. 3월에는 책을 많이 읽고 그간 쌓인 피로들을 집에서 가만히 뒹굴거리며 녹여내었다. 7~8년간 쌓인 피로들을 풀어내는데에는 한달 정도 걸렸다. 아무것도 안하고 책보고 반신욕하고 낮잠자고 글쓰면서 한달 간 묵은 것들을 녹여내었다. 그러고 나니 4월에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올라오더라. 역시 몸이 어느 정도 준비되어야 마음도 준비되는 법인것 같다. 하여 수영을 열심히 다녔고, PT도 받았다. 책도 읽기는 읽었는데, 나라는 인간은 한번에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이 1~2개가 한계치 인것 같다. 3월에 육아서를 많이 읽기도 했고, 수영과 운동을 시작하니 추가로 무언가를 할 여력이 나지 않아 책은 조금밖에 읽지 못했다. 그리고 반납기간이 다가와 반납해 버린 덕분에 리뷰를 구체적으로 쓰기는 어려울것 같다.
4월 중 약 2주는 나에게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아이가 아데노 바이러스에 걸렸기 때문이다. 열이 났고, 눈곱이 끼고 결막염이 있었으며, 밤새 기침하고 비염으로 코가 막혀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덕분에 나도 아이 수발하랴 밤새 간호하랴 무언가를 추가로 할 힘이 나질 않았다.
감기가 다 나아갈 즈음 아이와 월말 결산 겸 다니는 학원에 대해 논의를 했다.
돌이켜보면 학원에 가장 열심히 보냈던 시기는 7세였다. 초등 입학 전 아이들이 제일 바쁘다 했는데 진짜 그랬다. 학교 가기 전 무언가 다 준비하고 가야할것 같아서, 다니던 영어유치원에 추가로 친구들이 다닌다해서 수학학원, 피아노, 피겨, 줄넘기, 문화센터 발레, 과학실험, 등등을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친구들이 한다는 수영, 인라인, 등등을 끊임없이 기웃거렸다. 아이가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7세를 보내고 8세 가기전 아이와 논의를 했는데, 아이 왈, “엄마, 나는 하루에 한개가 제일 좋은것 같아. 그 이상은 힘들어”라고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8세에는 아이와 논의하여 영어학원, 피아노, 피겨, 줄넘기로 압축했었다. 그런데 8세를 2개월 보내고 나니 아이는 피겨도 끊고 싶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지금 한달에 수영 PT 두개 밖에 하지 않으면서도 힘들어서 매번 빠지고 있고,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해야지 했는데 하나도 못하고 있는데 아이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학습량이나 학습 방식으로 미루어 보아 다양한 것을 조금씩 하느니, 원하는 것을 여러번 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서 친구를 만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친구와 만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오가는 셔틀 안에서 뿐이었고 아이가 그걸 친구와 놀았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학원에서 사회성이 늘거라고 생각한 것은 내 착각이었던 것이다. 사회성은 놀이터에 가서, 혹은 친구들과 진짜 놀면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 보았을때 느는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내가 주도해서 아이에게 AB중에 뭘 하고 싶니 이렇게 학원을 보내와서인지, 아이는 새로 뭐 해볼래? 라고 하는 것에 늘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 부분도 사실 지속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그래 뭐든지 깊게 하는 것이 더 낫고, 하기 싫은 것 억지로 하면서 돈만 쓰는 것보다 돈이라도 아끼는게 더 좋겠지.. 이제 남은 것은 영어, 피아노, 줄넘기 뿐인데… 이건 열심히 하려나 모르겠다. 주구장창 놀다보면 본인이 원해서 잘하고 싶은 것이 생기겠지….? 아니면 나중에 엄마 원망 안하게 증거라도 남겨놓아야하려나…